푸미폰 泰국왕 즉위 60돌… 거국적 경축행사

  • 입력 2006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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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노란색 물결이었다.

9일 33도의 더운 날씨에도 태국 방콕의 왕궁 앞 광장 ‘로열플라자’엔 50여만 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국왕을 상징하는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노란색 왕실기(旗)를 흔들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은 채 모두 함께 외쳤다.

“국왕폐하, 만수무강하세요!”

화려한 금빛 가운을 입은 푸미폰 아둔야뎃(79) 국왕은 왕궁 발코니에 서서 여러 차례 손을 흔들며 청중의 환호에 답했다.

‘살아있는 신(神)’ ‘태국의 영혼’으로 불리며 태국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푸미폰 국왕의 즉위 60주년 기념행사가 이날 막이 올랐다. 1946년 19세 때 왕위에 오른 푸미폰 국왕은 ‘세계 최장수 재위 국왕’으로 꼽힌다.

국왕은 1999년 72회 생일 이후 처음으로 대국민 연설을 했다.

“국가를 보전하고 번영을 이루기 위한 바탕은 태국 국민의 단합입니다. 국민이 단합하면 태국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국왕의 단합 호소는 지난 몇 개월간 계속된 태국의 정치 혼란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정치 평론가들은 분석했다.

태국 국민은 푸미폰 국왕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즉위 이후 60년간 부정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도덕적이고 청렴한 모습을 보여 줬고, 정국이 혼란스러울 때는 시의적절하게 개입해 정파 간의 분쟁을 조정하는 훌륭한 중재자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1973년 군부가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을 향해 발포하자 푸미폰 국왕은 궁전 문을 열어 학생들의 편에 섰다. 1992년 군사정권에 의해 또다시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을 때도 직접 개입해 군사정권을 종식시켰다.

4월 탁신 친나왓 당시 총리에 대한 반대시위 격화로 정국이 혼미한 상태에 빠지자 탁신 총리는 국왕을 알현한 직후 사임을 발표해야 했다.

국왕의 연설을 듣기 위해 나온 노이 뽀차나(65) 씨는 “태국 곳곳을 다니며 국민을 위해 많은 일을 하는 국왕이 자랑스럽다”며 “그가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즉위 60주년을 맞아 태국 전역에서는 국왕의 만수무강을 비는 엽서 보내기 운동이 한창이고 승려 8400명은 1일부터 국왕을 위한 기도에 돌입했다.

태국 정부는 즉위 60주년 기념행사 기간인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을 국경일로 선포했다. 정당들도 축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행사 기간 중 ‘정치 휴전’을 선언했다.

AFP통신은 방콕 시내 전체가 국왕 사진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기념행사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등 25개국 국왕 부처가 참석한다. 영국은 엘리자베스 여왕 대신 찰스 왕세자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를 보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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