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하디타 양민학살'때 출산차 병원가던 임신부 총격"

  • 입력 2006년 6월 1일 17시 25분


코멘트
미군의 이라크 '하디타 마을 양민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군이 출산차 병원으로 가던 임신부를 사살한 사건이 사마라에서 일어났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임신부 나비하 니사이프 자심(35) 씨와 친척 살리하 모하메드 하산(57) 씨는 5월 30일 자심 씨의 남동생 할리드 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사마라의 산부인과로 가던 중 미군의 총격을 받았다고 AP통신이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심 씨와 하산 씨는 곧 사마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의사들은 자심 씨의 태아라도 살리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출산하러 올 부인을 병원에서 기다리던 자심 씨의 남편 후세인 타우피크(36) 씨는 느닷없이 닥친 비극에 넋을 잃고 말았다. 자심 씨는 1, 2세의 두 아이를 남겼다.

살아남은 할리드 씨는 "신이여, 미군을 이라크에 보낸 자들과 미국인들에게 복수하소서"라고 울부짖었다. 미군이 총을 쏜 도로는 2주 전 폐쇄됐으나 이 사실은 사마라 외곽지역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할리드 씨는 주장했다.

미군은 "사마라 종합병원에서 총상을 입은 이라크 여성 2명이 숨졌고 이중 한 명은 임신부인 듯하다는 보고를 이라크 경찰로부터 받았다"며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5월 31일 "미 해병대가 비무장의 이라크 민간인들을 살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비통한 심정"이라며 "만약 규정 위반 사실이 있었다면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고 하디타 양민학살에 관해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