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판언론의 심장 떠나다…NYT 前편집인 로젠탈 사망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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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타계한 에이브러햄 로젠탈 전 뉴욕타임스 편집인이 1999년 신문사에서 찍은 사진. AP 연합뉴스
10일 타계한 에이브러햄 로젠탈 전 뉴욕타임스 편집인이 1999년 신문사에서 찍은 사진. AP 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에이브러햄 로젠탈 전 뉴욕타임스 편집인이 10일 뇌중풍(뇌졸중)으로 입원해 있던 뉴욕 맨해튼의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그는 편집국장이던 1971년 미국 언론사에서 언론의 역할과 관련해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 미 국방부보고서(펜타곤 페이퍼) 폭로를 주도했다.

7000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미 정부가 베트남전에 깊숙이 관여하는 과정을 속속들이 보여 주는 국방부의 비밀 보고서.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민을 속이는 미 정부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이 문서를 반드시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아서 옥스 설즈버거 발행인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도 결정을 내렸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4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로젠탈 전 편집인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는 등 불행과 가난 속에서 자랐다.

1943년 뉴욕시립대 재학 당시 대학생 통신원으로 뉴욕타임스와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기자, 편집간부, 칼럼니스트로 뉴욕타임스 발전에 공헌했다.

1950년대 후반 공산권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WTO)에 관한 기사로 1960년 국제보도부문 퓰리처상과 폴크상을 수상했다. 그의 전성시대는 1969년부터 1986년까지 17년 동안 편집국장, 편집인을 차례로 지내면서 뉴욕타임스의 부흥을 주도했던 기간.

1960년대 말 뉴욕타임스는 판매가 정체되고 광고수입이 줄면서 TV시대를 앞두고 조만간 몰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었다.

그는 혁신적이고 과감한 지면 개편으로 변신을 이끌었다. 섹션을 과감히 늘렸다. 요리, 패션 등에 대한 기사도 대폭 늘렸고 문체혁명을 주도했다. 뉴욕타임스매거진을 별책부록으로 추가하는 등 일요판도 완전히 틀을 바꿨다.

당시 그가 주도한 지면혁신은 혁명적이어서 반발도 많았다. 그러나 그가 주도한 ‘신문혁명’은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고 광고수입 증대로 이어졌다.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는 ‘정정 기사’도 그가 만든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그에 대해 편집국 내에서 반대 의견을 용납하지 않았고 정치 성향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즈’(여성 차별적이라는 이유로 ‘미스’와 ‘미시즈’를 구분하지 않고 여성을 부르는 말)나 ‘게이’ 등의 표현을 쓰지 못하게 했다. 그는 1986년 편집인에서 물러난 뒤 13년간 칼럼니스트로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썼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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