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10일 새 노동법 가운데 최초고용계약(CPE) 조항을 폐기함으로써 학생과 노동계의 대규모 시위 사태는 일단 진정됐다. 그러나 소르본대는 여전히 시위대를 막기 위한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철책을 배경으로 무언가 촬영하고 있는 한 무리의 젊은이를 만났다. 파리3대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이번 사태 초기부터 현장 모습을 인터넷으로 중계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부가 CPE 조항을 철회했으니까 끝난 일 아니냐고 묻자 앙투안 뒤부아(22) 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CPE 조항 폐지만 주장한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겠지만 새 고용법 자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해 온 학생들은 아직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시위 중단 여부에 관해 토론 중이며 부활절 방학이 끝나는 24일이면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학생들 곁에 주황색 모자를 쓰고 깃발을 든 노인이 눈에 띄었다. 모자에는 ‘FO’라는 글자가 있었다. 주요 노조인 ‘노동자의 힘(Force Ouvri`ere)’의 약자다.
나스 미셸(62) 씨는 “학생 시위가 시작되면 바로 동참하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아직 시위가 끝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
파이프 담배를 물고 산책 중이던 필리프 프리드망(53) 씨는 “학생들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전직 교사인 그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새 시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하지만 새 정책을 도입하려면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만이 가득한 이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태가 CPE 조항에 대한 반발 차원을 넘어 사회복지의 퇴보를 우려하는 폭넓은 불안감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해석됐다.
프랑스 하원은 12일 CPE 조항을 대체하는 새 고용촉진법안을 통과시켰다. 겉은 비록 정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불안은 가시지 않을 것 같다. 경제 침체란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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