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EU 이어 中도‘경제 애국주의’ 솔솔

  • 입력 2006년 4월 4일 03시 06분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구가해 온 중국이 외국자본 진출과 인수합병(M&A)을 규제하려 하고 있다. 유럽, 미국에 이어 중국마저 ‘경제 애국주의’ 장벽을 쌓으려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3일자)에서 “1990년대 초 덩샤오핑(鄧小平) 당시 주석은 경제성장을 앞세워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세력을 격파했으나 지금은 국내 정치가 불안정해 외자 경계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외자유치를 둘러싼 중국 정부의 ‘고난도 줄타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간 고속철도 건설을 독자 기술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초대형 프로젝트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여 온 독일, 프랑스, 일본 기업 등은 중국의 독자 추진 방침에 허탈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리더수이(李德水) 중국 국가통계국장은 지난달 폐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 시장을 독점하려는 악의적인 외국기업 때문에 민족공업의 기술혁신 능력이 점차 소멸되고 있으며 중국 선두기업이 다국적 기업의 완전한 통제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상공업연합회도 최근 정부에 “경제안보를 위해 기간산업 분야에 대한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 제한 규정을 확대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에서 “개방을 확대하되 국가경제의 안전을 지키는 일도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맥이 닿는다. 이번 전인대에서는 외국기업이 중국기업을 손쉽게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경제안전기본법’을 속히 제정하라는 건의안이 제출되는 등 외자경계론이 집중 거론됐다.

외자 규제 움직임이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경제에서 외국인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동시에 자본 시장을 열어젖힌 중국은 2004년 2위 인도의 10배에 가까운 600억 달러의 외국인 직접 투자를 끌어들였다. 이런 중국이 자본시장에 장벽을 쌓아 올리면 세계경제에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 올 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 일고 있는 보호주의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의 고민은 국내 기업의 외자 규제 압력을 계속 무시할 수도 없으며, 7∼9%대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데 있다. 외국기업 15%, 중국기업 33%의 법인세율을 24%로 단일화하는 기업소득세법 개정안이 지난달 전인대에서 심의될 예정이었으나 8월로 연기된 것도 세율 인상에 대한 외국자본의 반발을 의식한 탓이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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