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첼레트 칠레 첫 여성대통령 취임

  • 입력 2006년 3월 12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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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 소아과 의사, '싱글 맘'이며 정치범이고 망명자였던 그가 대통령이 됐다.

미첼 바첼레트(54) 당선자가 칠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11일 공식 취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바첼레트 대통령의 취임을 '억압과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향한 길고 지난한 여정의 완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날 수도 산티아고 서쪽으로 100㎞ 떨어진 칠레 의회 명예의 전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임기 4년의 대통령 취임 선서를 했다. 말 그대로 남편의 후광 없이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 중남미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다.

빨강, 파랑, 흰색의 줄무늬가 새겨진 대통령 휘장을 어깨에 건 바첼레트 대통령은 "독재정권의 흔적을 벗어던지고 경제성장에 주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흑자예산과 대규모 국제무역거래와 더불어 계층과 성별, 지역 차별로 인한 고질적인 불평등도 물려받았다고 지적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같은 사회당 소속인 리카르도 라고스 전임 대통령에 비해 조금 진보적인 것으로 평가되나 시장개방, 교역 자유화 등 이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해왔다.

그는 취임 선서 뒤 산티아고 중심가 라 모네다 대통령 궁에서 첫 대국민 연설을 통해 "나는 결코 권력을 얻겠다는 야망을 품지 않았으며 단지 봉사하겠다는 마음 뿐"이라며 "오늘 내가 얻은 직책은 여러분이 내게 부여한 것으로 이에 따르는 책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날 취임식에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볼리비아 남미 주요국 대통령을 포함해 120개 국에서 경축 사절단 1000여 명이 참석했다.

19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쿠데타 직후 군정의 고문으로 숨진 공군장성의 딸로, 아버지가 숨진 후 자신도 어머니와 함께 투옥됐고 이후 해외 망명을 떠나는 등 고초를 겪으면서 칠레 민주화 역사를 대변하는 인물로 평가돼 왔다.

또한 10명의 남성과 10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이른바 '남녀동수' 내각을 구성하는 등 여성의 지위 향상 및 인권 개선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남성을 포함한 '여성의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역설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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