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시위대’ 덴마크대사관 습격…레바논-시리아서 방화

  • 입력 2006년 2월 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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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과 대사관 방화 등 마호메트 풍자만화에 대한 이슬람권의 반발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대륙의 언론은 5일까지 풍자만화를 잇달아 게재한 데 반해 미국과 영국 언론은 대부분 보도하지 않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슬람 국가 시위 격렬=5일 베이루트에서는 마호메트 풍자만화에 분노한 2만 명의 군중이 항의시위를 벌이다 레바논 주재 덴마크 대사관에 불을 질러 건물 일부가 불탔다.

시위 군중은 또 기독교인들의 거주지역에 들어가 길가의 차량을 마구 뒤집고 주택에 돌을 던지기도 했다.

시위 군중이 폭동 양상을 보이자 레바논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저지했고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이 부상했다.

앞서 4일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수천 명의 군중이 항의시위를 벌이다 덴마크 및 노르웨이 대사관에 불을 질렀다. 이날 이집트와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도 격렬한 항의시위가 잇따랐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이에 따라 5일 이슬람권의 자국 국민에게 대피령을 내리는 등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이날 덴마크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취재를 위한 덴마크 언론인의 이란 입국도 금지하기로 했다.

▽‘표현의 자유냐, 모욕이냐’=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유럽 대륙의 언론은 여전히 “종교도 비판 및 조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 언론은 “불필요한 자극으로 분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게재하지 않기로 하는 등 신중한 자세다.

워싱턴포스트 관계자는 2일 “이 풍자만화는 사람들이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명백한 사례”라며 “이를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최대일간지 선과 데일리 텔레그래프도 3일 “무슬림 독자의 정서를 고려해 문제의 풍자만화를 싣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프랑스의 권위지 르몽드는 2일 자체 제작한 마호메트 만평을 게재하며 언론의 자유를 주장했다.

독일의 디벨트와 스페인의 엘파이스, 이탈리아의 리베로 등도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만화를 게재하고 있다.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법원은 3일 이슬람 단체와 언론사가 마호메트 풍자만화 게재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자 이슬람 단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게재 금지를 결정했다.

미국과 영국의 언론이 신중함을 보이는 이유는 자국 무슬림을 자극하지 않고 이라크에 파견한 대규모 병력의 안전을 배려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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