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등 이슬람 정치세력 선거 통한 ‘제도권 돌풍’ 줄이어

  • 입력 2006년 1월 31일 03시 05분


이슬람교를 정치의 근본으로 삼는 ‘이슬람 정치세력(Political Islam)’이 중동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영국의 중동전문가 딜립 히로 씨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한 것은 이슬람 정치세력의 또 한 번의 승리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29일 총선 최종 집계결과는 하마스 74석, 파타당 45석.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이란, 이집트, 이라크에 이어 올해에도 팔레스타인에서 ‘이슬람 정치세력’의 약진이 이어졌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특히 이들은 과거와 달리 테러가 아닌 선거라는 의회정치의 수단을 통해 합법적으로 제도권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슬람 정치세력의 부상은 지난해 초 사우디에서부터 시작했다. 2, 3월 전국 178개 지방의회 전체의석의 절반(592석)을 뽑는 사상 최초의 지방선거에서 이슬람 성직자들이 추천한 이슬람 정당 후보들이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4개월 뒤 치러진 레바논 총선에서는 헤즈볼라가 시아파 정당 아말과 연합해 총 128석 가운데 30석을 차지했다. 그동안 레바논의 시아파는 인구로서는 최대 분파였지만 의회 정치세력으로는 대단히 미약했다.

또 지난해 11, 12월 이집트 총선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이 총 454석 가운데 88석을 얻어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2000년 총선에서 얻은 17석의 5배를 넘는 것이다. 종교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이집트 헌법에 따라 법외단체로 정치활동을 제한받아온 무슬림형제단의 선전은 이집트의 민심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특히 21일 선거 결과가 공식 발표된 이라크 총선에서는 종교 정당들이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총 275석 가운데 다수파인 시아파 통합이라크연맹(UIA)이 128석을 차지했다. 소수파인 수니파가 차지한 55석 중 80%도 종교지도자가 이끄는 ‘이슬람이라크당’이 차지했다.

이슬람 정치세력은 아니지만 이란에서도 지난해 6월 이슬람 원리에 충실한 강경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후보가 세속적 성향의 실용파인 하셰미 라프산자니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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