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홍콩 펑황(鳳凰)TV에 따르면 둘 사이에 가시 돋친 말이 오간 것은 23일 총통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였다.
다른 각료들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으나 뤼 부총통은 천 총통이 인사말을 하던 중 뒤늦게 오찬 자리에 들어왔다. 그러자 천 총통은 “뤼 부총통은 나보다 더 바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천 총통에 이어 단상에 오른 뤼 부총통은 “천 총통의 지시로 한 행사에 다녀왔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총통이 건망증이 있는 것 같다”고 쏴붙였다.
원색적인 발언으로 ‘다쭈이’(大嘴·못 말리는 입)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뤼 부총통은 또 “최근 천 총통이 세 번째 외손자를 본 것을 축하한다”며 “따님의 ‘증산보국(增産報國)’ 속도가 초고속으로 이뤄진 이번 내각 인선과 비슷하다”고 비꼬았다. 뤼 부총통은 “쑤전창(蘇貞昌) 내각이 이처럼 빨리 구성되는 것을 보니 국가가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올해에 세계보건기구(WHO)에 가입하고 내년에는 유엔에 재가입할 수도 있겠다”고 비꼬았다.
한때 정치 동지였던 두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은 천 총통이 최근 민진당 주석 경선에 나서려는 뤼 부총통의 출마를 막고 경선 때까지 대리주석을 맡도록 강요하면서 비롯됐다. 뤼 부총통은 대리주석을 맡은 지 닷새 만인 10일 “총통을 대신해서 당을 감독하겠다”고 개혁 발언을 했으나 천 총통이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하자 12일 대리주석직을 사임해 버렸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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