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호리에, 검찰 조사중 전격 체포

  • 입력 2006년 1월 2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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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스타 벤처기업가로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니던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33) 라이브도어 사장이 범죄 용의자 신세로 전락했다.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23일 오후 호리에 사장을 불러 조사하던 중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해 도쿄구치소에 수감했다.

검찰은 호리에 사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인 미야우치 료지(宮內亮治·38) 라이브도어 투자·금융 담당 이사와 오카모토 후미토(岡本文人·38) 라이브도어마케팅(LDM) 사장 등 3명도 같은 혐의로 체포했다.

그룹의 핵심 간부들이 무더기로 체포됨에 따라 라이브도어는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호리에 사장은 평소 “라이브도어를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장담해 왔으나 7000억 엔을 넘던 시가총액은 검찰이 수사에 나선 지 1주일 만에 2600억 엔 수준으로 폭락한 상태다.

검찰은 당초 LDM이 출판사인 머니라이프를 인수하면서 허위 사실을 발표하고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으나 그룹 모기업인 라이브도어가 90억 엔에 이르는 거액의 장부 조작을 한 의혹이 새롭게 떠올랐다.

라이브도어는 2003년 가을부터 시가총액이 높은 점을 이용해 기업 인수합병(M&A)을 반복하면서 편법으로 자사주를 팔아 본사의 이익을 늘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핵심 간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호리에 사장이 미야우치 이사에게서 편법 거래를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진술을 받아 냈다. 또 호리에 사장이 미야우치 이사에게 부정행위를 지시한 e메일을 증거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리에 사장은 검찰이 수사에 나선 다음 날 오전 한 차례 기자회견을 한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피해 왔으나 소환 하루 전인 22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기억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호리에 사장은 누구

‘벤처신화를 낳은 스타의 몰락.’

호리에 다카후미 사장은 1996년 도쿄대 재학 시절 세웠던 기업 홈페이지 제작·관리업체 ‘온 더 에지’로 업계에 진출했다.

창업 10년 만에 라이브도어를 도쿄증권거래소의 신흥시장인 마더스의 대표기업으로 급성장시켰다.

라이브도어는 증권사와 신용카드사, 유통회사, 출판사, 소비자금융 등 5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일본 ‘신(新)경제’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제조업이 강한 일본에서 이단아적인 존재였던 호리에 사장은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업 인수합병(M&A) 실력을 무기로 정보기술(IT) 벤처 성공신화를 이루며 단숨에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그는 초고속 성장을 배경으로 2004년 6월 프로야구 오사카(大阪) 긴테쓰(近鐵) 구단 인수에 나섰으며, 지난해 2월에는 지주회사인 니혼방송을 고리로 거대 민영방송인 후지TV의 사냥을 시도해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또 그는 인기만화 캐릭터 ‘도라에몬’에서 따온 ‘호리에몬’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자객 공천자’ 중 한 명으로 중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호리에 사장은 지난해 미국 포브스지가 발표한 ‘일본의 부자 40명’에서 총자산 6억4500만 달러로 40위에 올라 재력을 과시했다. 그의 사무실이 있는 도쿄 도심의 롯폰기 힐스의 이름을 따 ‘힐스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후지TV 사냥 때 증시 폐장 후 온라인 매매로 하룻밤 만에 모기업인 니혼방송 주식을 대량 인수해 증권거래법의 허점을 악용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기업윤리 논란에 휘말렸다. 일본 정부는 이 사건 이후 적대적 M&A를 어렵게 하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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