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워치]코카 합법화냐 美지원금이냐

  • 입력 2006년 1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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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첫 인디오 출신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46) 대통령이 22일 공식 취임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한 주요 관심 중 하나는 대선 공약으로 내건 ‘코카 재배 합법화’ 정책의 향배다.

코카는 마약인 코카인의 원료.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의 코카 재배지역을 없애기 위해 이들 정부에 각종 장비와 자금을 지원하는 ‘코카 근절(coca eradication) 정책’을 펴왔다. ‘마약과의 전쟁’의 일환이다.

하지만 볼리비아 군경 합동 코카 제거 작전은 코카를 태우거나 잘라내는 것은 물론 인체에 해로운 제초제와 세균까지 뿌리는 등 무자비한 군사작전이나 다름없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에 반대하며 코카 재배의 합법화를 외쳤다.

그렇다고 그가 코카 재배를 전면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도 마약 거래는 반대한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코카의 비(非)범죄적 사용’이다. 구호도 ‘코카 잎은 코카인이 아니다(coca no es coca´ina)’였다.

코카는 안데스 지역 인디오들에겐 ‘신이 준 나무’였다. 원주민들은 잉카 시대부터 코카 잎을 씹어 피로와 배고픔을 잊었고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왔다. 따라서 코카인이 아닌 각종 차와 음료수, 케이크, 화장품, 샴푸, 기침약, 여드름치료제의 원료로 이용할 수 있다. 코카의 용도는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이후 그는 코카 합법화 주장을 완화했다. 당분간 기존의 코카 재배면적 제한 정책을 유지하되 마약단속 장관에 코카 재배 농민을 임명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다소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매년 볼리비아에 지원하고 있는 연간 1억 달러의 ‘코카 근절’ 정책 자금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는 향후 모랄레스 정부가 어떤 코카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1억 달러짜리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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