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남부 기득권’ 흔들

  • 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04분


‘미국 공화당 사상 최고의 실력자’로 불렸던 톰 딜레이 하원의원이 7일 정치자금 비리 문제로 원내대표 자리를 공식 사임하면서 후임 경선 열기가 뜨겁다. 경선일은 31일.

워싱턴포스트는 10일 “이번 경선은 임시 대표직을 맡았던 로이 블런트 의원(미주리 주), 존 배이너 의원(오하이오 주)의 2파전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미 하원을 접수했던 공화당의 남부 정치가 적어도 표면적으로나마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두 유력 후보자의 출신지인 미주리와 오하이오 주는 남부와 함께 공화당의 표밭이지만 중서부에 위치해 있다.

공화당이 1994년 중간선거에서 30년 만에 다수당으로 복귀한 것은 텍사스 플로리다 조지아 주 등 남부의 덩치 큰 주에서 대량 득표했기 때문이었다. 댈러스 휴스턴(이상 텍사스 주) 애틀랜타(조지아 주) 등 남부의 대도시 외곽에 두껍게 형성된 전원주택 지역에서 백인 중산층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냈던 것이다. 실제로 1960∼80년대 남부는 공화당의 의석 비율이 25%를 넘어서지 못했던 미개척지였다.

남부를 품 안에 넣은 공화당의 하원 정치는 기세등등한 남부 정치인이 주물러 왔다. 뉴트 깅리치(조지아 주), 딕 아미, 톰 딜레이(이상 텍사스 주)가 3총사로 미국 정치 전반의 보수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그런 하원 원내대표 경선이 비(非)남부 주자들의 2파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현상을) 공화당 남부 그룹의 전반적 퇴조로 볼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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