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예수 태어난 날…얼굴색 달라도 평화기원 한마음

  • 입력 2005년 12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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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인종은 달라도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전 세계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비교적 평온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성탄절을 보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테러 공포 속에 우울한 성탄절을 맞기도 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5일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취임 후 첫 성탄 자정미사를 집전하고 수천 명의 순례자와 여행객, 시민에게 축복을 내렸다. 교황은 세계 32개국 언어로 전한 성탄 메시지를 통해 “이 성스러운 밤에 기쁨에 가득 차 위대한 사랑의 신비를 찬양합시다”는 말로 미사를 이끌며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로 내보냈다.

특히 교황은 이날 메시지를 통해 한반도에서 대화가 지속되길 희망했다. 그는 “한반도와 그 밖의 아시아 지역에서 대화가 지속되고 분쟁이 해결돼 항구적이고 평화적인 결말에 이를 수 있기를 신에게 기도한다”고 말했다.

또 현대인들이 기술적인 업적에 매몰되지 않고 영적인 각성을 해야 하며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에서 희망의 신호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에도 순례자와 여행객 3만여 명이 방문한 가운데 예수 탄생을 기리는 미사가 열렸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참석해 더욱 뜻 깊은 자리였다. 하지만 자살폭탄 공격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이스라엘이 베들레헴과 예루살렘을 콘크리트 벽으로 가로막아 평화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샀다.

○…자연재해와 테러로 신음한 지역에도 아기 예수 탄생 소식은 어김없이 찾아 왔다. 지진해일(쓰나미) 참사를 겪은 인도네시아 아체 주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쓴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신도와 희생자 가족들이 교회에 모여 성탄예배를 드리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지진참사를 겪은 파키스탄에서도 구호단체들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는 등 성탄절을 즐겼다. 이라크 주둔 미군도 이날만은 잠시 긴장을 늦추고 예수 탄생을 축하했다.

○…성탄절에도 사건 사고는 계속됐다.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승객과 승무원 23명을 태운 여객기가 24일 카스피 해에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숨졌다. 브라질 상파울루 시내 중심가에서 사제 폭탄이 터져 15명이 부상하고 수천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 인근에서는 타밀족 국회의원 1명이 성탄 미사 도중 무장 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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