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토크쇼 제왕과 여왕…“16년만에 화해했어요”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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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시든, 정말 끝난 일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오프라 윈프리)

“끝난 것 맞나요?”(데이비드 레터맨)

화해의 제스처도 따스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따가웠다. 1일 밤(현지 시간) 미국 CBS TV 데이비드 레터맨의 ‘레이트 쇼’에서 진행자 레터맨과 오프라 윈프리가 나눈 대화다. 이날은 16년간 등을 돌렸던 레터맨과 윈프리가 반목을 거둔 날. ‘낮 시간대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리는 윈프리는 이날 레터맨의 심야 토크쇼에 출연해 50분간 얘기를 나눴다.

윈프리는 1989년 레터맨의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 그의 농담에 기분이 상해 다시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당시 레터맨은 윈프리의 몸무게를 농담 소재로 삼았다. 여기에다 1995년 레터맨이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진행할 때 배우 우마 서먼과 오프라 윈프리의 이름이 특이하다면서 “오프라, 우마, 우마, 오프라”라고 외치며 한데 묶어 웃음을 끌어낸 것도 윈프리의 분노를 더했다. 윈프리는 그간 계속돼 온 레터맨의 출연 요청은 거절하면서도 레터맨의 라이벌인 제이 레노와는 한편이 돼 레노의 NBC 심야 토크쇼에 여러 번 출연했다.

오랜 러브콜 끝에 윈프리를 게스트로 초청하는 데 성공한 레터맨은 윈프리가 나오자 “기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윈프리는 대뜸 “정말인가요?”라고 물어 분위기가 긴장됐지만 레터맨은 특유의 빈정대기 대신 “진심입니다”라고 정중하게 답했다.

16년 만의 조우에서 특히 두 사람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얘기한 것은 윈프리가 제작해 이날 개막한 뮤지컬 ‘컬러 퍼플’. 여성작가 앨리스 워커 원작의 이 뮤지컬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했을 때 윈프리가 배우로 나섰던 작품이다.

윈프리가 16년 만에 레터맨 쇼에 출연하기로 그간의 고집을 꺾은 것은 이 뮤지컬의 홍보를 위해서라는 게 미국 방송가의 분석이다. 레터맨 쇼의 녹화가 진행되는 스튜디오가 ‘컬러 퍼플’이 공연되는 브로드웨이의 에드 설리번 극장 옆 골목에 있는 데다 레터맨이 자주 카메라 스태프를 거리로 이끌고 나가 취재를 하기 때문에 오프라가 레터맨 쇼를 ‘홍보처’로 선택했다는 것. 이런 분석을 입증하듯 토크쇼 마지막 장면은 레터맨이 윈프리와 함께 ‘컬러 퍼플’ 시사회에 참석하고 나오는 모습으로 장식됐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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