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를 사형시켜라” 美 1000번째 앞두고 시끌

입력 2005-11-30 03:01수정 2009-09-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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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000번째 사형 집행을 놓고 사형제 폐지론자들이 대규모 항의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오하이오 주에서 29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사형이 집행되면 30일 집행이 예정된 버지니아 주의 사형수 로빈 로비트(42) 씨는 연방대법원이 1976년 사형제를 재도입한 이후 1000번째 사형을 당하는 사람이 된다.

사형제를 반대해 온 국제사면위원회(AI) 미국 지부는 수도 워싱턴과 버지니아 주 등 다른 지역에서 사형이 집행될 리치먼드 남쪽 100km에 있는 재럿의 그린스빌 교도소로 시위자들을 버스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시위대 규모는 수백 명으로 예상되나 조용했던 버지니아 주로서는 큰 ‘사건’이 될 전망이다.

로비트 씨는 워싱턴 교외 알링턴의 한 당구장에서 강도행각을 벌이다 클레이튼 딕스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식당 숲에서 범행에 사용된 가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비트 씨의 변호사 측은 법원 직원이 피 묻은 가위를 너무 일찍 폐기하는 바람에 혐의를 벗겨줄 수 있는 DNA 검사를 못하게 됐다며 사형 집행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AI 사형제도 폐지프로그램 책임자인 수 거너워드너본 씨는 “로비트 사건은 완벽하지 않은 형벌체계가 결백할지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죽일 수 있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로 보면 미국에서 하급심이 판결한 사형 선고 중 67%가 상급심에서 파기 환송됐다. 파기 환송된 사건 중 10%는 다시 사형이 선고돼 확정됐으나 7%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나머지는 감형됐다.

마크 워너 주지사는 28일 로비트 씨의 사형 면제 청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주지사가 개입하지 않는 한 로비트 씨는 독극물 주사로 처형될 예정이다. 1976∼2004년 처형된 945명 중 독극물 주사로 처형된 사례가 776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전기의자(153건), 가스실(11건), 교수(3건), 총살(2건) 등의 순이었다.

주에 따라 실제 사형을 집행하는 비율은 큰 차이가 있다. 텍사스 주의 경우 355명이 처형됐고 414명이 수감돼 있는 반면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11명이 처형됐고 648명이 수감돼 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다른나라 사형제도는▼

미국은 기독교권인 서양에서 사형제를 인정하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50개 주 중 38개 주와 연방에서 사형제를 채택하고 있다.

벨로루시를 제외한 유럽 국가 대부분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 카리브 해 국가를 제외한 중남미 국가 대부분은 평상시에는 사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교권인 동아시아 국가와 이슬람권 국가에는 대부분 사형제가 남아 있다.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하는 나라는 유교권이면서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는 중국. 작년 한 해만도 3400명을 처형한 것으로 공식 집계되고 있으나 비공식적으로는 1만 명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

북한의 경우는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베트남 싱가포르도 사형 집행이 많은 나라다. 일본과 한국에도 사형제는 남아 있으나 실제 집행은 드물다. 한국은 1948∼1997년 902건의 사형을 집행했으나 1998년 이후로는 선고는 하되 집행은 하지 않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은 중국 다음으로 사형 집행이 많은 나라. 작년 한 해 159명을 처형했다. 쿠웨이트는 9명을 처형했으나 인구 비례로 보면 이란보다 많다.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이집트, 예멘도 사형 집행이 많은 나라다. 터키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작년에 헌법을 고쳐 사형제를 폐지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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