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욕 핼러윈 “뉴올리언스와 함께”

  • 입력 2005년 11월 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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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오후 6시 반 미국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 방향의 뉴욕 지하철 객실.

스프링 역 정차를 앞두고 갑자기 승객 대부분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귀신 등 다른 인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지하철 객실은 가면무도회장으로 바뀌었다. 뉴욕 최대의 퍼레이드인 ‘빌리지 핼러윈 퍼레이드’가 지하철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오후 7시 정각 맨해튼 스프링 역. 올해로 32회를 맞는 퍼레이드 시작을 앞두고 도로는 이미 퍼레이드 참가자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구경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행진은 핼러윈 가면과 의상을 입은 사람들만 참가할 수 있다.

행사 주최 측이 시작을 알리자 핼러윈의 상징인 거대한 호박풍선을 앞세우고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참가자는 다양했다. 귀여운 꼬마악마로 변신한 어린이에서부터, 마귀로 변장한 할머니를 비롯해 남녀노소가 자신만의 핼러윈 복장으로 변신한 채 그리니치 거리를 행진했다.

이번 행사는 특별히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피해를 본 뉴올리언스를 위로하기 위해 주제가 ‘뉴올리언스와 함께하는 핼러윈 퍼레이드’로 정해졌다. 뉴올리언스 출신 재즈연주가들이 대거 이번 퍼레이드에 참여해 흥을 돋우었고 카트리나 피해자들이 뉴올리언스의 재기를 상징하는 불사조 등을 들고 행진했다.

행사가 열리는 장소가 자유분방한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그리니치인 만큼 파격적인 의상도 많았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한 남자는 거의 옷을 입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했고 ‘예쁘게’ 화장한 거구의 여장 남자들이 곳곳에 출현해 관광객들의 사진촬영에 응했다. 이날 퍼레이드에 참가한 사람은 5만 명이며 관람객은 200만 명. ‘빌리지 핼러윈 퍼레이드’가 이미 뉴욕 시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인지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인근 식당들도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북새통을 이뤘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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