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륙 횡단한 은퇴 부부 이야기

  • 입력 2005년 10월 17일 17시 25분


미국의 한 은퇴 부부가 231일 만에 미 대륙을 걸어서 횡단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이 주파한 거리는 7886㎞로 서울~부산의 18배에 이른다. 물론 과거에도 미 대륙을 도보 횡단한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부는 중간에 쉬지 않고 주파한 최초의 대륙 도보 횡단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17일 소개했다.

▽왜 나섰을까=주인공인 켄 파우어스(60)-마샤 파우어스(58) 씨는 컴퓨터 기술자와 플루트 교사를 지낸 은퇴 부부다. 은퇴자들은 대개 두 다리를 쭉 펴고 편히 쉬고 싶어 한다. 하지만 파우어스 부부는 안일(安逸)보다는 도전을 선택했다.

부부 모두 예전에 먼 거리를 걸었던 경험이 있어 두 다리는 튼튼했다. 하지만 미 대륙 도보 횡단에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했다. 더구나 도중에 휴식하지 않는 '무기착 도보 횡단'은 말할 것도 없었다. 주파하면서 계절이 바뀌기 때문에 여태껏 젊은 하이커들도 1년 안에 주파한 적은 없었다.

▽어려웠던 일은=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횡단로 선택과 기상 분석 등 사전작업에 나섰다. 횡단로에 있는 우체국으로 상세지도와 보급품을 미리 부쳤다. 유타 주와 네바다 주의 사막에는 40㎞마다 물통을 묻어두기도 했다. 군사작전이나 다름없는 준비였다.

철저히 준비했어도 횡단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2월 메릴랜드 주에서는 물통이 얼어붙어 버렸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눈사태로 만들어진 얼음다리로 강을 건넜다. 지금 생각해도 오싹한 일이었다. 한번은 마샤의 귀에 벌레가 들어가 5일 만에 의사를 찾아 빼내기도 했다. 중간에 4일 휴식하기도 했다.

▽뭘 얻었을까=켄 씨는 19㎏, 마샤 씨는 6㎏이 각각 빠졌다. 마샤 씨는 신발이 10켤레나 닳아 바꿔 신었다. 걸으면서 13개 주와 14개 국립공원, 16개 국유림을 거쳤다. 마침내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모험이 끝나 약간 섭섭한 기분까지 맛봤다.

무엇보다 켄 씨는 "우리 부부의 사랑이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지역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걷고, 먹고, 잠자며 지낸 결과였다. 켄 씨는 "오직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도 우리 두 사람만 함께 하이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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