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英 해럴드 핀터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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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한림원은 13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해럴드 핀터(75·사진) 씨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핀터 씨는 국내에서 ‘티타임의 정사’라는 제목으로 공연된 ‘정부(情婦)’를 비롯해 29편의 희곡 등을 쓴 극작가로서 부조리극을 통해 영국의 현대 연극에 일대 혁신을 가져 온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스웨덴 한림원은 “핀터 씨는 일상의 잡담 속에 묻혀 있는 현대인의 위기를 들추어내고 억압 속으로 헤쳐 들어가려 했다”며 “폐쇄된 공간과 예측할 수 없는 대화라는 연극의 기본을 되살려 놓은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드라마를 대표하는 극작가”라고 평가했다.

핀터 씨는 이날 수상 소식을 들은 직후 로이터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그것(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나는 (수상 소식에) 매우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은 지금까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압도됐다”고 말했다.

193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핀터 씨는 청년기에 ‘반(反)유대주의’를 경험하면서 극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뒤 1957년 희곡 ‘방(The Room)’으로 등단했다.

그는 독일의 셰익스피어 상 등 유럽의 문학과 연극계에서 수여하는 굵직한 상들을 휩쓸어 왔지만 올해 노벨 문학상 주요 후보로는 거론되지 않았다.

핀터 씨는 영국의 이라크전쟁 참전을 강력히 비난하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왔다.

그는 상금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5000만 원)를 받는다.

이번에 막판까지 외신 등에 거론된 노벨 문학상 후보로는 시리아 태생의 레바논 시인 알리 아마드 사이드 아도니스 씨를 비롯해 체코 출신의 밀란 쿤데라 씨, 터키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 씨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시인 고은(高銀) 씨도 주요 후보로 거론돼 아쉬움을 남겼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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