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삶의 방식이 옳다는 착각 버려라”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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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8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를 방문한 캐런 휴스 미국 국무부 홍보차관은 사우디의 전문직 여성 500명 및 터키의 여성계 지도자 20명 앞에서 여성의 권리라는 ‘낯선’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훼손된 미국의 국가 이미지를 되살린다는 특명을 받고 8월 취임한 휴스 차관의 첫 해외방문 일정 중 하나. 특히 사우디의 토론장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검은색 베일로 감싼 여성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휴스 차관은 “사우디 여성도 운전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운전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터키에서는 자신을 ‘일하는 엄마’라고 소개했다.

사우디와 터키의 전문직 여성들에게 자립 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주제라고 판단한 듯했다. 마침 사우디의 토론장소는 홍해 연안도시 ‘지다’로 사우디 내에선 자유분방한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사우디 여성들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최측근 여성’이 직접 찾아온 데 대해서는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식 논리에는 반감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터키 여성 지도자들은 미국의 이라크전쟁으로 여성과 어린이가 매일 숨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성 희생자들 때문에 이라크전쟁은 여성계의 문제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토론에 참석한 사우디 여성 500명의 발언을 이렇게 정리했다.

‘미국 언론은 사우디를 여성의 삶이 제한되는 곳으로 묘사한다. 모든 걸 미국식으로 바꾸려 하지 말라. 선거 때 투표 못 하고, 운전 못 한다고 우리가 딱히 불행할 게 없다. 사우디 남성은 여성에게 많은 것을 해 줄 의무가 있고, 여성은 이 의무가 안 지켜지면 법원에 소송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이 더 남성중심적인 사회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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