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크로퍼드서 ‘알렉산드르 2세’를 읽는 까닭은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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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여 년 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다 테러에 숨진 러시아 황제 이야기를 읽으며 대테러전의 전의를 다시 다지나.”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읽고 있는 책 한 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마크 쿨란스키 씨의 ‘소금(Salt)’ 등 3권의 책을 챙겨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소금은 과거 중요한 전략상품이었던 소금을 둘러싼 경쟁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존 베리의 ‘위대한 인플루엔자’는 인류의 전염병 재앙을 경고한 책.

하지만 세인들이 관심을 보내고 있는 책은 러시아의 유명 역사작가인 에드바르트 라드진스키(69) 씨의 ‘마지막 위대한 황제 알렉산드르 2세’.

실제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어판이 연말, 영어판은 10월에 미국에서 나올 예정이지만 부시 대통령이 미리 입수해 읽고 있는 데다 미 정부 고위급 관료들로부터 사전 주문이 잇따르고 있을 정도로 벌써부터 화제를 뿌리고 있다.

옛 소련 우크라이나 출신의 나탄 샤란스키 전 이스라엘 장관의 ‘민주주의론(The Case For Democracy)’를 읽고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을 선언한 부시 대통령이 알렉산드르 2세를 읽고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2세(1818∼1881)는 1861년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노예해방보다 2년 먼저 2300만 명의 농노를 해방시켜 ‘해방자 황제’라는 칭호를 얻은 개혁 군주. 그러나 테러로 전제주의를 뒤엎겠다는 급진 혁명주의 세력 ‘인민의 의지’에 맞서 사상 처음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야 했다.

이 과정에서 황제는 6차례의 암살 고비를 넘겼지만 1881년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마차를 타고 가다가 ‘인민의 의지’ 단원이 던진 사제 폭탄에 의해 끝내 살해됐다.

작가인 라드진스키 씨는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러시아 언론과의 회견에서 “역사상 테러리즘이 처음 등장한 곳은 이슬람 세계가 아니라 러시아”라고 말했다. 라드진스키 씨는 “부시 대통령이 나의 책을 읽고 이러한 테러리즘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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