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자생테러리스트 영국서 왜 많이 나올까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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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독 영국에 사는 이슬람교도들 사이에서 ‘자생(自生) 테러리스트’가 많이 배출되는가. 런던에서 잇달아 테러가 발생하면서 제기되는 의문이다.

7·7 런던 테러 범인 중 3명은 파키스탄계 영국인으로 영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다. 또 미국에서 9·11테러로 기소된 유일한 인물도 영국 국적이고 스페인 마드리드 폭탄테러 주범에도 영국인이 포함돼 있다. 신발 밑에 폭탄을 숨겨놓은 뒤 아메리칸 에어라인(AA)비행기에 탑승했다가 발각돼 ‘신발 폭탄 테러리스트(shoe-bomber)’로 불린 인물도 영국 국적.

이 때문에 최근 미국 방송에서는 영국 국적이라고 무조건 미국에 무(無)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제기될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영국에서 자생 테러리스트가 많이 배출되는 한 이유로 영국이 이슬람 이민자들을 사회에 통합하는 데 실패한 점을 들었다.

영국에 살고 있는 파키스탄 이민자 74만7000명의 실업률은 백인의 3배에 이른다. 파키스탄계 여자는 40%, 남자는 28%가 일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학교를 마치지 못하는 비율도 백인의 몇 배에 이른다. 이처럼 젊은층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자리도 없다 보니 과격한 이데올로기에 쉽게 빠져든다는 것.

같은 파키스탄계라도 미국 거주 이민자의 소득이 미국인 평균 소득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과 비교하면 차이는 극명해진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어울려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민 2세들이 미국을 자신의 ‘조국’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미국 사회에 통합되는 반면 영국 거주 파키스탄 이민자들은 영국 사회에서 ‘영원한 국외자’로 남아 있다.

이 밖에 관용을 중시하는 영국 사회가 과격한 이념의 주창자라도 직접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용인해온 것도 이슬람 이민자 2세들 사이에 극단적인 이념이 전파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에서는 과격한 이슬람 성직자들이 서구에 대해 테러가 필요하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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