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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7월 1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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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을 다시 얘기하기 위해서…. 그러나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그의 기고문은 전쟁사학자가 아니라 ‘이라크 파견을 앞둔 한 육군 장교의 아버지’로서 쓴 글이었다.
코언 교수는 이라크전쟁의 불가피성은 여전히 강조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붕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이라크발(發) 민주화 도미노가 중동의 장래를 밝혀주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의 명분은 바로 이것이어야 했는데, 부시 행정부는 개전 당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저지에만 사로잡혀 있었다고 지적했다.
글 곳곳에서는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부정(父情)의 편린도 발견된다.
그는 전쟁의 사전 준비가 이렇게 부족한 줄은 몰랐다고 썼다.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죽어간 미군은 1500여 명. 그러나 실제 전쟁기간보다 사후 재건과정에서 더 쓰러져 갔음을 지적한 말이다. 그는 “눈 밝은 학자라면 정책을 수행할 인물의 면면을 헤아리지 않고 정책 제안을 해서는 안 된다”며 “내가 실수했다”고 말했다. 차라리 자기 눈을 찌르고 싶다는 뼈아픈 반성이었다.
그는 육군 장교로 이라크 파견을 앞둔 아들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아들은 고속도로변 폭탄 테러에 속수무책인 험비에 의탁해야 한다. 그런 아들의 안위에 대한 두려움도 솔직히 고백했다. 그는 또 14만 명이나 되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싸워야 하는 현실도 안타까워했다. 미군의 휴가가 영국군보다 짧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저항세력의 반발을 과소평가한 국방부 관리들을 개탄했다. 그는 “당초 이라크 저항세력은 고작 후세인 추종자이거나 범죄자들로 기껏해야 5000명을 넘지 않는다”는 말이 얼마나 허망한 진단이었는지를 알게 됐다고 썼다. 또 전쟁의 아픔을 남의 일처럼 말하는 ‘잘난 바보’들에게 따귀라도 올려붙이고 싶은 충동도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코언 교수는 전쟁지휘부에 “제대로 싸워 전쟁에서 승리하라. 그리고 진실을 낱낱이 밝히라”는 주문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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