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변호사 천국… 흡혈귀 비유하다 법정까지

  • 입력 2005년 7월 4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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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변호사 천국’으로 불린다. 변호사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미국은 인구 284명당 1명이 법조인이다. 한국은 9391명당 1명.

그런데 그 변호사 천국이 변호사들에게는 천국일지 모르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변호사 지옥’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올 1월 6일 미국에서는 두 노인이 변호사를 조롱하는 농담을 하다가 체포된 일이 발생했다. 친구 사이인 칼 란지세라(65)씨와 하비 캐시(70) 씨는 뉴욕 주 나소 카운티 법원 앞에서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변호사를 조롱하는 농담을 했다.

“변호사가 거짓말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지?”

“입술이 움직이는 걸 보면 알지.” (변호사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는 뜻)

“그러면 변호사와 흡혈귀의 다른 점은?”

“흡혈귀는 밤에만 피를 빨아먹지.” (변호사는 밤낮 가리지 않는다는 뜻)

이 농담을 듣고 있던 한 변호사가 두 사람을 검찰에 신고했고 두 사람은 풍기문란(Disorderly Conduct) 혐의로 체포됐다.

두 노인은 ‘표현의 자유’라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먼저 농담을 시작한 캐시 씨를 대배심에 넘겼다. 배심원들은 최근 논란 끝에 캐시 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요청을 기각하는 평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 대해 미국 법조계는 변호사 천국인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변호사가 너무 많다보니 일부 변호사들이 생존을 위해 없는 사건도 만들어 내 시민들을 쥐어짠다는 것. 소 한 마리(사건)를 두고 두 사람(사건 당사자)이 각각 반대편에서 뿔과 꼬리를 잡아당기고 있고, 변호사가 소 밑에 누워 우유(수임료)를 짜내는 그림은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를 잘 풍자하고 있다.

물론 미국에도 좋은 변호사들이 많다. 캐시 씨를 위해 무료 변론을 해 준 변호사들처럼…. 문제는 소에 비해 우유를 짜내는 사람이 너무 많아 소가 말라 죽게 된다는 것. 변호사 천국인 미국에서 ‘변호사 망국론’이 나오는 이유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유머속의 독설 美 변호사 농담(Lawyer joke)▼

미국은 변호사가 많은 만큼 ‘변호사 농담(Lawyer joke)’도 흔하다. 변호사 농담을 한 노인이 대배심에서 불기소 결정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도한 미국 신문의 인터넷판에는 독자들이 올려놓은 수백 개의 변호사 농담 시리즈가 이어졌다. 다음은 그중 일부.

△가정주부와 회계사, 변호사에게 ‘2+2가 얼마냐’고 퀴즈를 냈다. 이에 대한 각각의 반응.

―주부: “4.”

―회계사: “계산을 해본 뒤 대답하겠다.”

―변호사: 문제를 낸 사람 손목을 잡고 으슥한 곳으로 가 제안을 한다. “원하는 정답이 뭔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변호사가 자전거를 타고 의뢰인 옆을 지나가는데, 의뢰인이 그 변호사를 쳐서 넘어뜨리지 않은 이유는?

―자전거가 자신의 것이었기 때문에.

△지난겨울 가장 추웠던 날은 언제였나?

―변호사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가던 날.(변호사들은 늘 고객에게 손을 벌린다는 뜻)

△변호사가 죽어서 염라대왕에게 갔다. 그곳에는 그보다 먼저 죽은 수백 명의 시민이 줄을 서서 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염라대왕은 변호사가 왔다는 얘기를 듣고 변호사를 맨 앞으로 오게 해서 먼저 심판을 받게 했다. 왜?

―변호사를 기다리게 하면 기다린 시간만큼 변호사 비용을 청구할 것이므로.(미국에서는 변호사가 일한 시간에 비례해서 비용을 청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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