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사태 배후는 차베스대통령?

  • 입력 2005년 6월 1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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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로더데일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연례총회 폐막일인 7일. 미 국무부 중남미 담당인 로저 노리에가 차관보는 취재진에 보도자료 한 장을 돌렸다. 전에 없던 장면이었다.

노리에가 차관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은 볼리비아 사태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인 표현이었지만, 미국은 카를로스 메사 대통령의 두 번째 사임 발표를 불러온 남미 볼리비아 시위 사태의 배후에 차베스 대통령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는 강력한 의혹 제기였다.

보도자료에는 차베스 대통령과 이번 볼리비아 반정부 시위의 주역인 에보 모랄레스 사회주의운동당(MAS) 총재의 친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현지 신문 스크랩도 들어 있었다. 모랄레스 총재는 불법으로 코카를 재배하는 토착 농민의 옹호자. 모랄레스 총재는 볼리비아 정부가 불법 코카 재배를 단속하는 데 반발해 2002년 대선에 나섰다가 곤살로 산체스 전 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산체스 전 대통령은 2003년 80여 명이 사망한 시위 사태로 중도 사퇴했으며 이번에 물러난 메사 대통령이 당시 부통령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했었다.

노리에가 차관보의 발언이 전해지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OSA 총회에 참석 중인 알리 로드리게스 외무장관은 “증거를 대라”며 “노리에가 차관보의 발언은 양국 관계 악화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와 함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중남미의 ‘전복의 축(axis of subversion)’으로 지목하고 있는 나라.

노리에가 차관보는 부시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전복의 축’과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당사자. 그는 올 초에도 “쿠바와 베네수엘라에서 형성되는 ‘전복의 축’이 볼리비아 니카라과 콜롬비아 등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기 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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