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수용소장, 코란모독 사례 공개

  • 입력 2005년 6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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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25일 쿠바 관타나모 미군 수용소에서 한 수감자의 방에 설치된 환기통에서 오줌이 떨어져 코란이 젖었다. 실수였다. 교도관이 밖에서 눈 오줌이 바람에 날려 환기통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관타나모 수용소장인 제이 W 후드 미 육군 준장은 3일 국방부의 ‘코란 관리 규정’을 어기고 미군이 이슬람 성전인 코란을 모독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 밝혔다.

후드 준장이 확인한 교도관들의 코란 모독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3년 7월에는 한 계약직 조사관이 발로 코란을 밟았으며 이에 대해 수감자가 항의하자 사과했다는 것. 또 교도관들은 수감자들의 코란을 고의적으로 발로 찼으며 물풍선을 던져 코란을 젖게 했다. 심지어 코란의 표지 안쪽에 음란한 영어 단어 두 개를 써넣은 사건도 있었다.

후드 준장은 이날 “수천 장 분량의 코란 모독 사건에 대해 5월 한 달 내내 조사했지만 2003년 4월 여 교도관이 코란을 변기에 버려 수감자들이 분노했다는 주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군이 코란을 물이 가득한 변기에 버렸다는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의 보도(5월 9일자)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또 2월 18일 한 수감자가 이슬람교를 포기한다며 코란을 찢어 교도관에게 준 사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코란 모독 사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던 미 국방부의 주장과 달리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됨에 따라 이슬람권의 반미 시위는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후드 준장이 지난달 27일 인정한 9건의 코란 모독 사실 가운데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4건의 내용에 따라서는 ‘미군의 코란 모독’ 파문이 재연될 수도 있다.

미군은 2001년부터 2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체포한 540여 명의 테러용의자를 구금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코란 모독 행위가 있었지만 이는 국방부의 ‘코란 처리 규정’이 만들어진 2003년 1월 이전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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