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간접흡연 유럽서도 철퇴…伊법원 첫 피해 인정

  • 입력 2005년 5월 15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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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전쟁이 있다. 흡연 피해자들이 건강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벌이고 있는 ‘담배와의 법정투쟁’이 그것이다.

20세기에는 주로 담배의 유해물질에 피해를 본 직접 흡연자와 그 가족, 그리고 담배로 막대한 의료비를 지출한 정부가 전쟁을 일으켰다. 상대방은 담배회사였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여기에 간접 흡연자들이 가세했다. 상대방도 담배회사 외에 지방자치단체, 정부로 확대됐다.

▽정부가 배상하라=이탈리아 로마의 법원은 11일 간접흡연으로 폐암에 걸린 50대 여성의 유가족이 낸 소송에 대해 “교육부는 40만 유로(약 5억1560만 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교육부 공무원인 이 여성은 1985년 직장 동료들이 사무실에서 담배를 너무 피운다며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결국 그는 7년 뒤 폐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숨졌다.

이탈리아 법조계는 “유럽 최초로 간접흡연 피해를 인정한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간접흡연의 피해를 인정한 첫 판결은 미국에서 나왔다. 2002년 6월 트랜스월드항공사(TWA) 출신 승무원 린 프렌치 씨가 14년 동안 기내 간접흡연으로 축농증에 걸렸다며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다. 그녀가 받은 손해배상액은 550만 달러에 달했다.

▽43년 만의 승리=“담배와의 전쟁에서 국민이 승리한 날입니다.”

1997년 6월 20일. 미국 미시시피 주의 마이크 무어 검찰총장은 3년 전 미시시피 주정부가 필립모리스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벌인 소송에서 승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1954년 한 폐암환자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이후 처음 거둔 승전보였다.

그 뒤 담배회사들은 담뱃갑의 경고 문구를 통해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흡연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미시시피 주에서의 판결 이후 담배회사들의 패배는 계속되고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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