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톡톡튀는 외교…14일 프로야구 LG-기아전 시구

  • 입력 2005년 5월 13일 0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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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구원투수’가 마침내 등판 기회를 잡았다. 회담장이 아니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겸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가 14일 오후 이 야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LG 대 기아’전에서 시구를 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정부와 북핵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경기 하루 전날인 13일 방한한다.

그는 지난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전격 발탁됐다. 지난해 8월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한 지 8개월 만이다. 발탁 이유는 ‘위기로 치닫는 북핵 문제의 불길을 잡는 소방수 역할을 하라’는 것.

그의 한 지인은 12일 “이번 시구는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의 공식 협의 못지않게 ‘한국민과의 호흡 맞추기’도 중요하다는 힐 차관보의 대중외교(Public Diplomacy) 소신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사 재직 시절 ‘카페USA’란 온라인방을 개설해 한국의 젊은 누리꾼(네티즌)들과 쌍방향 대화를 나누고 미 대사로서는 처음으로 광주 국립5·18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 팀의 골수팬이다. 보스턴의 맞수인 뉴욕 양키스에 대해 “그들은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 선수에게 격려전화를 해 “나는 당신의 열렬한 팬이다. 그러나 내일(31일) 보스턴전에서는 살살 좀 던져 달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힐 차관보의 시구는 KBO나 프로 구단에서 요청한 것이 아니라 ‘한국 야구팬과 현장에서 만나고 싶다’는 그의 희망이 받아들여져 성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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