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습지복원’ 아름다운 경쟁… 본보-아사히 공동취재

  • 입력 2005년 5월 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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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다양성의 보물 창고’로 불리는 습지(濕地)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한국의 환경부는 유엔 지구환경기금(GEF)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5개년계획으로 국내 습지를 체계적으로 복원 및 보전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일본은 국토교통성이 주도해 24곳에서 습지복원 사업을 펴고 있다. 본보는 일본 아사히신문과 공동으로 최근 2개월에 걸쳐 양국의 습지복원 현장을 공동 취재했다.》

일본 남부 사가(佐賀) 현의 아자메노세(‘엉겅퀴의 여울’이라는 뜻의 일본 고어·古語) 습지.

후쿠오카(福岡) 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사가 현 마쓰우라(松浦) 군의 작은 마을에서는 인공습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아자메노세 습지는 일본 정부와 학계가 하천 생태복원 사업 가운데 가장 관심을 쏟는 곳. 지난해 왕세자가 직접 견학을 했을 정도로 자연 재생 사업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엉겅퀴의 여울’이라는 지명이 대변하듯 아자메노세는 잉어와 붕어, 미꾸라지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습지였다. 그러나 잦은 홍수와 농약 사용 등으로 오염되다 30여 년 전 아예 사라져 버렸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농지가 돼 버린 습지터 6만 m²를 매입해 2003년부터 습지 복원공사에 나섰다. 땅을 6m가량 파낸 뒤 구불구불한 수로를 만들어 인접한 길이 47km인 마쓰우라 강과 연결하는 공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습지가 복원되면 인근 마쓰우라 강에 사는 수생생물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 강 전체의 생태계 보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인근 주민들은 처음엔 “습지를 다시 만들어 뭐하려고 하느냐”며 냉소적이었으나 당국의 정성어린 설득 결과 이제는 복원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주민대책모임 야마구치 나오유키(山口直行·60) 회장은 “아이들과 함께 고기를 잡고 반딧불이를 구경할 수 있는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규슈(九州)대와 도쿄(東京)대 등 일본 전역의 6개 대학이 공동 연구를 하면서 참여할 정도로 학계의 관심도 높다.

이에 발맞춰 한국의 환경부는 대구시와 공동으로 2003년부터 대구 달성군 화원읍 일대 달성습지 60만 m²에 대한 복원 공사를 펴고 있다.

이곳은 20여 년 전까지 두루미 등 조류와 어류, 수생식물의 천국이었으나 주변의 공단 개발과 골재 채취 등으로 망가졌다. 환경부는 이곳에 인공섬과 수로를 조성하고 식물을 옮겨 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달성습지 생태복원사업 모니터링 위원장인 박기호(朴埼鎬·43·경동정보대학 토목공학과) 교수는 “2007년에 복원 공사가 마무리되면 달성습지는 습지생태계의 보고로 거듭나 주민들의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달성습지 복원 현장을 취재한 일본 아사히신문 사사키 에이스케(佐佐木英輔·33) 기자는 “일본보다 훨씬 규모가 큰 습지를 복원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라며 “양국의 습지복원 사업이 국경을 넘나들며 서식하는 새처럼 국제적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국의 습지복원 사업이 완료되면 학자들은 이 모델을 유엔에 보고할 계획이다.

아자메노세 습지 조성에 참여하고 있는 규슈대 시마타니 유키히로(島谷幸宏·52) 교수는 “아자메노세와 한국의 달성습지 복원 사업은 습지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지구 차원의 중요한 모델”이라며 “습지 복원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로 설정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후쿠오카=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복원참여 日시마타니 교수 인터뷰▼

“습지 복원은 자연을 파괴하면서 진행된 개발을 반성하는 뜻이 큽니다. 습지는 인류의 자산인 만큼 국제 협력도 중요하고요.”

하천생태복원 권위자인 일본 후쿠오카 규슈대 공학연구원 환경도시부문 시마타니 유키히로(사진) 교수는 9일 “파괴된 자연 환경을 100% 복구하는 것은 어렵지만 복원 과정에서 ‘자연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마타니 교수는 일본 국토교통성의 지원을 받아 아자메노세와 대구 달성습지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이어 자연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넘어야 할 큰 과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참여라고 강조했다.

“아자메노세 습지 복원 사업을 하면서 ‘자연 재생 사업은 결코 헛돈을 쓰는 게 아니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주민들과 40여 차례 공개토론회를 열었어요. 습지를 비롯한 하천의 주인은 결국 주민이므로 생태 복원의 설계부터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요합니다.”

서울 청계천 복원 현장을 10여 차례 방문해 조언하기도 한 그는 “하천을 지하의 어두운 곳에서 빛이 있는 밝은 곳으로 끌어올린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후쿠오카=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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