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英영사관 건물밖 사제폭탄 두차례 폭발

  • 입력 2005년 5월 5일 23시 27분


코멘트
영국 총선이 실시된 5일 오전 3시 35분경 미국 뉴욕 맨해튼의 영국 영사관 건물 밖에서 사제폭탄이 두 차례 폭발해 건물 정문 유리창이 깨졌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영사관은 뉴욕 51번가와 52번가 사이, 서드(3rd) 애버뉴 845에 있는 이 건물 9, 10층에 입주해 있다.

뉴욕 경찰에 따르면 폭발은 이 건물 밖 인도의 둥그런 대형 시멘트 화분 안에서 1분 간격으로 일어나 화분 윗부분 30cm 정도가 떨어져 나갔다. 파편을 분석한 결과 두 개의 폭발물은 모두 장난감 수류탄에 흑색 화약을 넣고 퓨즈를 연결해 만든 것이었다.

한 목격자는 “폭발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와 봤지만 현장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불꽃이나 연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 경찰 관계자는 “두 개의 폭탄은 시한장치가 없었고 비교적 조잡한 수준의 것”이라며 “크기는 각각 파인애플, 레몬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영국이 이라크전 같은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협조해 온 동맹국이고 영국 총선 투표 개시 시각에 맞춰 폭발이 발생한 점으로 미뤄볼 때 토니 블레어 정권을 겨냥한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폭탄이 터진 오전 3시 35분은 영국 시간으로 오전 7시 35분. 투표(오전 7시)가 막 시작된 직후다.

2003년 11월 20일 터키 이스탄불의 영국 영사관을 강타한 폭탄테러도 영국을 방문 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블레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버킹엄궁을 막 떠나려는 시간에 발생했다.

그러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이번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갖고 있지 않다”며 “사전 경고 전화 같은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도 “이번 사건과 총선의 연관성에 대해 어떤 추론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건물에는 영국 영사관뿐만 아니라 미국과 외국 기업도 상당수 입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주미 한국 대사관은 대사관 및 미국 내 한국 영사관에 대한 보안 강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영국 영사관 앞 폭발 사건이 제2의 이라크 파병국인 영국을 목표로 삼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국 내 한국 외교 시설에 대한 보안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