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과 일본의 충돌을 주시한다

  • 입력 2005년 4월 13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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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촉발된 중일(中日)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에선 반일(反日)시위가 대륙을 넘어 중화권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고, 일본에선 오사카 주재 중국총영사관과 중국은행 요코하마지점이 각각 협박 메모와 공기총 공격을 받았다. 이대로 가면 더 큰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들린다. 양국 정부와 국민의 자제를 요청한다. 한때의 감정적 대응으로 동북아 평화의 뿌리가 흔들린다면 누구에게도 득이 안 된다.

일본 정부가 먼저 과거사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 “언제까지 사죄만 해야 하느냐”고 하지만 역사교과서 왜곡과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을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 관계국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반성을 통해 아시아의 진정한 일원으로 거듭나기보다는 미일(美日)동맹을 발판 삼아 자국의 이익 확보와 군사대국화만 꾀하려는 것으로 보기에 116개 유엔 회원국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도 자제해야 한다. 동북아의 두 강국이 상생이 아닌 대결로 치닫는다면 지역의 평화와 공동 번영은 기대하기 어렵다. 유럽은 명실상부한 지역통합체(EU)를 이뤄냄으로써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났는데 동북아만 신(新)민족주의 간의 대결체제로 간다면 역사의 퇴보일 뿐이다.

미국의 역할이 역시 중요하다. 전통적 균형자로서 미국은 중일 사이에서 선의의 중재자가 돼야 한다. 중일 갈등으로 동북아의 안정이 흔들리면 미국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따지고 보면 이번 갈등도 미국이 일본을 끌어들여 자국의 이익 중심으로 대만 문제를 풀겠다는 ‘미일 공동전략’을 세운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입장은 더 미묘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중재자로 적극 나서기에는 현실적으로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과거사 문제만 놓고 보면 중국과 같이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일본 및 그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는 과거사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국제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명분보다는 국익 우선의 자세로 사안에 따라 대처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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