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동맹강화 경계” vs “中도 결국 패권지향”

  • 입력 2005년 3월 27일 19시 10분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최근 중국의 부상, 일본의 보수우경화, 미일동맹의 강화 등을 계기로 동북아시아에 불어온 ‘패권 경쟁’에 대한 한중 전문가 간 치열한 논리 싸움이 벌어졌다.

중국 측은 ‘미국을 군사적 패권국가’로 규정했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일동맹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반면 한국 측은 일본의 패권 추구 움직임에 대해서는 중국 측과 같은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중국도 (미일의) 패권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결국 패권국가화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장팅옌 전 주한 중국대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국민도 일본의 침략을 받고 오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며 “양국 국민은 독립과 자유를 위해 무기를 들고 불굴의 의지로 적(일본)과 싸워 왔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은 일본과 달리,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소중히 여기는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종욱 전 주중 대사도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군사력을 증강해 해외 활동 공간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며 일본의 패권주의 부활을 걱정했다.

치바오량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은 일본을 (동북아) 지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보고 일본이 이 지역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을 원하는 것 같다”며 미일 동맹의 강화를 경계했다.

그러나 중국의 패권주의화를 우려하는 한국 측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충양 한국현대중국연구회장은 “중국은 (1970, 1980년대) 개혁개방 초기에는 패권보다 평화 추구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요즘은 ‘중국이 다시 패권국가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한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대사도 “미일의 (중국에 대한) 반패권 외교와 중국의 (미일에 대한) 반패권 외교가 부딪치면서 동북아 지역의 불안이 조성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동북아 패권 싸움에서 ‘미워하면서 (서로) 닮아가는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짙다는 것.

이에 옌쉐퉁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강대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국제정치의 본질이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보다 강해지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미국처럼 군사적 패권을 추구하지도, 다른 영토를 침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무력이 아닌, 도덕과 규칙에 따른 왕도정치의 국가라고 옌 소장은 덧붙였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미국은 한국의 동맹이고,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경제 협력국이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은 한국의 국제정치적 입지를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다”라며 “중국이 한국의 이런 처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한중 관계에도 균열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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