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美국무 “민주주의는 모든 회담의 핵심의제”

  • 입력 2005년 3월 18일 18시 31분


아시아 6개국을 순방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자유의 확산’ 행보가 거침없다. 그는 “민주주의는 모든 회담과 대화의 핵심 의제”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17일 두 번째 방문국인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민주화를 진전시켜 2007년에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실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파키스탄의 민주화 일정까지 직접 언급한 셈이다.

1999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까지 민정(民政)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이를 지키지 않아 야당의 강한 반발을 샀다.

파키스탄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진해 온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에 적극 협력해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라이스 장관의 이번 발언은 ‘자유의 확산에는 친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스 장관은 17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미군 기지를 방문했을 때도 “아프가니스탄의 민주화는 이 지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크나큰 선물”이라며 “이런 ‘자유를 향한 희망’은 이라크, 레바논을 포함해 중동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식 민주주의의 확산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일각의 의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반박했다. 그는 16일 인도 ND-TV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의 민주주의는 인도식이지, 미국식이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스타일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법의 지배,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7일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폭정의 거점’ 발언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말꼬리 잡는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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