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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16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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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한반도가 한미일 동맹체제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을 용인할 수 없는 중국으로서는 한미일 동맹에 대항하는 적당한 군사적 긴장 조성을 통해 현상 유지를 하는 쪽으로 동북아 외교 안보 노선을 설정하고 실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현재의 경제성장 추세가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이다.
중국이 ‘북한 핵 반대’라는 공식 방침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핵무기 포기 압력을 넣기보다 오히려 핵무기 보유 선언을 사실상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런 전략적 의도와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통과시킨 이른바 ‘반(反)국가분열법’은 중국의 의중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 준다. 이 법의 제정은 대만의 독립 시도에 대한 무력행사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 법은 대만해협에서의 안보적 불안정을 국내 문제로 간주해 대만에서의 어떠한 독립 시도나 이를 용인 또는 조장하는 외세의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폐쇄적 안보 구상의 산물이다.
결국 대만해협과 한반도 두 지역에서 유지돼 온 미국의 패권에 중국이 강력하게 도전하는 대결구도가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대만사태 개입 가능성을 겨냥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고 쐐기를 박고 나선 것도 이런 대결구도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동북아의 현 상황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한국에서 민족주의적 노선을 더욱 강조하는 정부가 들어선 이후 벌어지고 있는 서울과 워싱턴의 틈새를 일본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 축은 한미동맹보다 미일동맹 쪽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으며, 미일동맹은 대만과 한반도의 군사적 위협을 공동의 적으로 설정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전력 확충이란 명분으로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의 독도 시비에서 보듯, 일본은 한 걸음 나아가 영토 야욕까지 드러내며 팽창정책의 서막을 올리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미 중앙정보국(CIA)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은 미일동맹의 강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난세에 힘의 균형추는 강자 쪽으로 기우는 것이 국제정치의 철칙이다. 미국은 힘을 보유한 데다 최근 의회가 ‘민주주의 증진법’을 추진하는 등 ‘인권과 민주’라는 대의명분까지 갖춰 가고 있다. 그런 미국을 중국이 무슨 수단과 명분으로 대적할지 두고 볼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동북아의 이런 대결구도에는 물류 수송을 위한 해상권 장악 문제를 포함한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이 냉엄한 국익 확보전의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의 안위와 생존, 그리고 경제적 이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국가 지도자들의 냉철한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기다. 자칫 실수하면 국익과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박태우 전 대만국립정치대 방문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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