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왕국 中 “돈 너무 많이 버나?”

  • 입력 2005년 3월 11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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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섬유 쿼터제(수입물량 제한)가 폐지된 뒤 중국 섬유 의류업계의 수출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 2월 두 달간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 또한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각국 정부는 저평가된 위안화가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고 중국 측에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 중국과의 ‘섬유대전’(大戰)은 물론 ‘환율대전’까지 치를 태세다.》

▽세계인의 옷은 ‘메이드 인 차이나’?=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1일자로 중국 세관 통계를 분석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1월 12억2690만 달러어치의 섬유와 의류를 미국에 수출했다. 이는 전년 1월 7억100만 달러어치에 비해 무려 75% 급증한 규모이며 면 니트 셔츠 등 주요 품목은 평균 546%나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중국은 유럽연합(EU)에 14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지난해 9억7500만 달러어치에서 46% 증가한 것. 이 통계에는 중국이 홍콩을 거쳐 수출하는 물량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전문가는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중국이 2007년에는 세계 섬유 의류시장의 절반가량을 장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인류 두 명 중 한 명이 중국산 옷을 입을 판이다.

이에 따라 각국의 섬유 의류산업은 초비상 사태를 맞고 있다. 최근 미국 노동통계국은 1월에 미국 섬유 의류산업에서 1만22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현재 추세라면 2년 안에 중국산 옷과 섬유가 미국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할 전망이다.

▽중국, ‘비정상적’인 무역수지 흑자=중국 정부가 10일 발표한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놀라울 정도.

중국은 무역수지에서 1, 2월 두 달간 11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95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 늘었으나 높은 유가 등에도 불구하고 수입액은 8%(840억 달러) 증가에 그쳤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2004년 1, 2월에는 79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본 데다 2004년 한해 흑자 총액이 320억 달러였던 것에 비해 올해 첫 두 달의 흑자 규모는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국, 대책 마련에 부심=각국 정부와 업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섬유 의류 제조사들은 최근 중국산 섬유 의류 가운데 12개 품목에 대해 보호조치를 취해달라고 EU에 요구했다. EU는 섬유 의류 수출 급증세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중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10일 밝혔다.

미국 전국섬유협회 카스 존슨 회장도 이날 “문 앞에 온 늑대(중국)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정부가 행동에 나서는 것뿐”이라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으로부터의 섬유 의류 수출을 모니터하기 위해 일종의 ‘조기경보시스템’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이와 함께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이 같은 무역 불균형이 저평가된 위안화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어 중국 정부에 대한 각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은 훨씬 거세질 전망이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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