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에서 건진 ‘나일의 香氣’

  • 입력 2005년 3월 9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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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패션리더들의 후각을 유혹하기 위한 ‘향’을 찾아내 이를 상품화하는 ‘퍼퓨머(perfumer·조향사)’들에게는 공통의 명제가 있다.

향수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환상’이라는 것.

프리지아 꽃향기는 2개의 화학 물질(모노테르펜알코올과 베타 아이오논)을 섞는 ‘조작’으로 탄생한다. 토마토 잎에서 추출한 냄새가 전혀 다른 ‘현실’인 새로운 향기로 상품화되기도 한다.

미국 시사전문지 뉴요커 최신호(14일자)는 프랑스의 국제적 패션 브랜드인 에르메스(Hermes) 소속 퍼퓨머 장 클로드 엘레나 씨를 밀착 취재했다. 이집트의 외진 마을에서 발견한 설익은 망고 열매의 독특한 냄새가 2005년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향기로 탈바꿈한 과정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향기의 이름은 ‘나일의 정원(Un Jardin sur le Nil·사진)’으로 명명됐다.

2005년 에르메스 패션하우스의 테마는 ‘강’. 이에 맞는 향기는 나일강가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엘레나 씨는 이집트로 무조건 날아가 나일 정원의 향기를 찾아내야 했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일이지만 그에게는 일반인들과 다른 특출함이 있다. 재스민 꽃향기만 맡아도 그 꽃의 원산지를 알아맞힐 수 있다. 실패를 거듭하던 어느 날 아침, 엘레나 씨는 마침내 나일강 어귀의 한 작은 마을에서 해답을 찾아낸다.

마을 길가에 서 있는 작은 망고나무의 열매. 강렬하면서도 상쾌한 향기는 신기하게도 열매가 나뭇가지에 달려 있을 때만 뿜어져 나왔다.

추출과 가공, 혼합의 과정을 거쳐 에르메스는 이 향기를 ‘나일의 정원’에 담아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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