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시리아…“레바논 주둔군 즉각 철수 않으면 제재”

  • 입력 2005년 3월 4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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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렸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시리아군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 문제에 대해서는 평행선만 달리던 미국과 유럽이 시리아 제재 방안에 대해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랍 국가들도 가세하고 있다. 시리아는 철군을 시작하겠다고 지난달 24일 밝혔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철군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전망이다.

▽유럽과 유엔도 동참=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3일 중앙정보국(CIA)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시리아가 당장 레바논에서 철군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은 물론 프랑스 등 많은 국가의 명백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은 시리아군의 레바논 철수를 명시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1559호(2004년 9월)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시리아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독일의 DPA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DPA통신은 이어 부시 행정부는 시리아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단독 제재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시리아가 레바논에서 철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난 사무총장은 이날 “내가 4월쯤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때까지 상황이 진전되기 바란다”면서 시리아 철군 문제를 논의할 유엔 대표를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권도 가세=아랍의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도 시리아가 레바논에서 조속히 철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제는 3일 리야드를 방문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레바논에 주둔 중인 1만4000명의 군 병력과 정보요원을 즉각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23일 알제리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연례 정상회의 이전이라도 부분 철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사우디와 이집트는 최근 시리아가 막후 채널을 통해 제안한 절충안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에 병력 3000명만 남기고 나머지 병력을 모두 철수하되,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 지대에 설치한 레이더 기지는 유지하고 싶다는 게 시리아의 절충안이었다.

3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모인 아랍연맹 외무장관들도 사우디와 이집트의 노선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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