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2기 대북정책]겉말은 “외교로 평화적 해결” 부드럽게

  • 입력 2005년 2월 18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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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한반도 정책을 다루는 미국의 손길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미 행정부 고위인사들은 한국의 이라크 파병결정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파병에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고 있고 “북한 핵문제는 외교적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7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문제는 우방 및 동맹국들과 협의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미국의 안보문제를 다른 나라 지도자와 상의해 검증(test) 받겠다는 민주당 후보의 생각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는 증거”라며 맹공을 퍼부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까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핵 및 한반도 정책팀은 강경한 생각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내정된 크리스토퍼 힐 주한대사가 협상파에 가깝다. 그러나 1기 행정부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처럼 부시 대통령에게 ‘소수 의견’을 내면서까지 협상론을 앞세울 것 같지는 않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2기 행정부에 줄줄이 강경파가 배치된 것도 북한이 6자회담 불참 결정을 내린 원인(遠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의 워싱턴 체류기간(2월 10∼14일)에 딕 체니 부통령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강경파의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들은 반 장관에게 “비료를 북한의 요구대로 줘선 안 된다”거나 “북한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하면 어떻겠느냐”며 한국 정부의 의중을 살폈다. 북한은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을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공언해 온 터다.

그뿐만 아니라 한미 양국은 2003년 5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은 핵문제와 연계하지만 쌀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은 정치와 무관하게 추진’한다는 큰 원칙을 견지해왔다. 울포위츠 부장관의 ‘비료 발언’은 해석하기에 따라 공동성명의 틀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물론 국무부는 신중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라이스 국무장관은 14일 회담에서 반 장관에게 비료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무부 관계자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비료제공 문제는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이 국무부의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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