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정상 휴전 합의]중동화약고에 평화의 싹틔워

  • 입력 2005년 2월 10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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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길고 긴 유혈 충돌의 역사가 끝날 수 있을까.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8일 이집트 샤름알셰이흐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측이 모든 폭력행위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휴전에 합의했다.

이로써 가깝게는 2000년 9월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무장봉기) 이후 4년 넘게 이어져 온 폭력사태와 멀게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지속돼 온 긴장상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그러나 휴전 합의 후 팔레스타인 최대 무장조직 하마스의 박격포 공격이 계속돼 10일로 예정된 양측 간 협상이 연기됐으며 이스라엘군의 보복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2명이 사망해 정상회담의 성과에 찬물을 끼얹었다.

▽가속되는 평화 무드=양측 지도자는 정상회담 직후 “4년간 4700명의 희생자를 낸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때가 왔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합의문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샤론 총리가 아바스 수반을 네게브 사막에 있는 자신의 농장으로 초대해 추가 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밝혀 평화협상이 계속될 것임을 선언했다.

휴전 선언은 즉각 인근 국가에 영향을 미쳤다.

요르단 정부는 9일 4년 만에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다시 임명했다. 카타르, 오만 등 중동지역 아랍국가와 북아프리카 아랍국을 포함한 10개국도 곧 이스라엘에 외교 공관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밝혔다.

▽낙관은 아직 일러=이-팔 휴전 합의에 미국은 긍정적이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8일 “모처럼 (중동 평화의) 기회가 왔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며 신중한 모습이었다. 애덤 어렐리 국무부 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휴전은 휴전일 뿐이며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일괄 타결을 제안하는 등 조기타결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에서 대사를 지냈던 에드워드 워커 씨는 “미국의 역할은 양측이 이야기하도록 돕는 것이지 협상에 끼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과거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중동 평화협상을 중재했으나 결국 실패한 사례도 미 행정부를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

▽강경파가 변수=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내부의 강경파가 어떻게 움직일지가 평화협상의 관건이다.

정상회담 직후 무장조직 하마스에서는 “팔레스타인 전체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내린 휴전협정은 의미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스라엘도 샤론 총리의 유대인 정착촌 철수 방안에 대해 집권당 의원들조차 반기를 드는 등 내부 사정이 만만치 않다.


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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