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국가창설’ 먼동 트나

  • 입력 2005년 2월 4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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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인 방법으로는 양쪽의 대치를 해결할 수 없다. 대치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팔레스타인 독립뿐이다.” 지난해 7월 미국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정착을 주제로 포럼을 연 뒤 이런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로부터 6개월. 이-팔 상황은 브루킹스연구소의 조언대로 가고 있다. 미국이 팔레스타인 독립에 적극적이며 이-팔 정상들도 평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단, 이스라엘 강경파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반발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확산되는 평화무드=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국가를 갖지 못하면 중동평화는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해해야 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최근 “임기 말인 2009년까지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끝내겠다”고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2일 국정연설에서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평화 공존을 위해 미국이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지원 아래 이-팔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8일에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집트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은 3일 화해 제스처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900여 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과거와 다르다”=과거 이-팔 평화회담은 진전과 후퇴를 거듭하면서 별 성과 없이 끝나곤 했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다르다.

우선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수반이 사망했다. 부시 행정부는 그를 ‘믿지 못할 인물’로 판단해 대화 상대자로 여기지 않았다.

대신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지를 받는 아바스 수반이 전면에 등장했다. 아바스 수반은 1월 중순 가자지구를 방문해 무장단체들에 휴전을 설득해 이-팔 정상회담의 토대를 닦았다.

집권 2기를 맞은 부시 대통령도 역사적인 업적을 남기기 위해 이-팔 평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 대통령은 대체로 집권 2기에 중동 문제에 주력해 업적을 남겼다.

부시 대통령은 2일 팔레스타인에 3억5000만 달러(약 3600억 원) 지원을 약속했다. 팔레스타인 1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한다.

▽그러나 걸림돌도=홍순남(洪淳男·아랍어과)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이-팔 평화를 위해서는 우선 양쪽 내부의 강경 여론을 잠재워야 한다”며 “평화를 외치면 민족 반역자로 비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샤론 총리의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철수 방안에 대해 샤론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드당 의원들조차 50% 넘게 반대표를 던졌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도 여전히 불안 요소다. 정상회담이 발표된 2일 팔레스타인 소녀(10)의 피격 사망을 문제 삼아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에는 박격포 세례가 쏟아졌다. 하마스 등 8개 무장단체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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