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퇴진 경영진 3명, 상임고문으로 임명 물의

  • 입력 2005년 1월 28일 17시 53분


직원들의 잇단 비리로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이 벌어지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일본 NHK의 전직 경영진 3명이 사임 다음 날 정상적인 급여를 받는 고문으로 임명돼 물의를 빚고 있다.

NHK의 하시모토 겐이치(橋本元一) 새 회장은 에비사와 가쓰지(海老澤勝二·70) 전 회장과 가사이 데쓰오(笠井鐵夫·63) 전 부회장, 세키네 아키요시(關根昭義·62) 전 방송총국장을 26일 고문으로 임명했다.

고문은 NHK의 사업 전반에 관해 회장에게 조언하는 자리로 고문료를 받는다. NHK에서 경영 잘못을 책임지고 임기 중 물러난 간부가 고문에 취임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언론들은 “1997년부터 7년 6개월간 회장으로 장기 재임한 에비사와 씨가 수렴청정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새 경영진이 NHK를 개혁할지 의심스럽다”고 보도했다.

언론학자인 스도 하루오(須藤春夫) 호세이대 교수는 “에비사와 씨는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렴청정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는 시청자에게 도전적인 인사”라고 비판했다.

일본방송노동조합도 “NHK 재생의 기운이 싹트는 시기에 찬물을 끼얹는 인사”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NHK 측은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 올해 예산안을 편성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 임명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경영위원회에도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일본 방송계는 NHK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시청료 납부 거부 건수가 작년 11월 말 11만3000건에서 올해 말에는 50만 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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