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외교부, 해일피해 대처 안이" 비난 빗발

  • 입력 2004년 12월 30일 1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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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서부해안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 한국인 희생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서인 외교통상부가 29일 ‘송년음악회 및 만찬’ 파티를 열어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부터 8시30분까지 정부청사 18층에서 피아니스트 손모씨를 초청해 만찬을 곁들인 송년음악회를 열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직원들의 1년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30일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차라리 외교통상부를 없애자. 반기문 장관은 사퇴하라’는 등의 비난 글이 쇄도해 오전 한때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누리꾼 ‘부끄러운 국민’은 “국민들은 가족의 생사를 몰라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데 당신네들은 희희낙락하고 있는가”라며 “임무를 망각한 당신들의 행동에 눈물밖에 나오지 않는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너무 부끄럽다”고 비난했다.

또 ID ‘김철우’는 “외교부 직원들은 아픔을 겪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지금 현장에서는 희생자들이 맨손으로 자식의 사체를 찾아 헤매고 있다”며 “송년회를 미리 알았더라면 만찬장에 똥물을 한바가지 선물했을텐데 너무 아쉽고 원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심남’은 “만약 외교통상부 고위 관료 가족의 생사를 모르고 있어도 이럴 수 있는지…, 당신들이 이 나라 국민들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한번 생각해보라”면서 “당신들을 모두 외국으로 수출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꼬집었다.

홈페이지에는 또 우리 정부의 늑장 대처를 지적하는 글도 쇄도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스위스 등은 이미 27일부터 전세기를 보냈고 독일도 오늘 전세기를 띄웠다”며 “다른 나라는 사고가 터지면 바로 비행기를 보내 자국민을 데려오는데 우리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를 질타했다.

누리꾼 ‘동남아’는 “다른 나라는 군용기와 모함까지 동원해 도와주는데 우리도 똑같이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한 시간이 급한데 너무 늑장 아니냐”고 비난했고, ‘싫다’는 “살아온 사람들 여행사의 비행기 티켓과 그들이 사준 옷을 입고 왔다더라. 정말 국민을 위한 공무원은 없는가”라고 한탄했다.

다른 누리꾼들은 “냉동어선이라도 보내 시신의 부패를 막아야 한다”, “1분1초의 빠른 대응에 소중한 생명이 걸려 있다. 사고 3일이 지났지만 가장 중요한 구조대원 수송기조차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정부의 늑장 대처를 비난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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