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진해일]피해자 가족들 잇단 현지행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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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 죽을 지경입니다. 제발 우리 현진이 좀 찾아주세요.”

22일 말레이시아에 간 뒤 동남아시아 지역의 지진과 해일 발생 이후 소식이 끊긴 지현진 씨(23·여)의 어머니 심영순 씨(49·경기 용인시)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이라며 “혹 현장에서 딸을 본 사람이 있다면 꼭 좀 알려 달라”고 간청했다.

심 씨는 “딸이 사고 당일 친구 4명과 함께 피피 섬 해변가에 있다가 파도 때문에 흩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다른 친구들은 모두 병원에서 발견됐는데 현진이만 못 찾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학생 장원주 씨(21·서울 강남구 일원동) 역시 “태국 배낭여행을 떠난 누나(장은정·23·대학생)가 지진 발생 이후 소식이 없다”며 “일정을 살펴보니 피피 섬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제발 빨리 연락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여행 관련 카페에도 이번 사고 이후 실종된 가족의 행방을 찾는 글과 사진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맨손으로 건물 잔해 뒤지며 확인”=실종자 가족들 중 상당수는 지진해일 발생 직후 현지로 출국해 현장에서 가족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결혼해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갔다 실종된 부산 거주 이모 씨(30)와 허모 씨(31·여)의 가족들은 대부분 27일 현지로 떠났다.

현지에 도착한 허 씨의 오빠는 부산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맨손으로 건물 잔해와 시신 더미를 뒤져가면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며 “이들이 묵었던 카오락 씨뷰 리조트 호텔은 건물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여서 희망이 없어 보인다”고 전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현지 상황이 너무 좋지 않고 지원도 거의 없어 실종자 가족들이 끼니도 거르며 직접 생사 확인에 나서야 하는 형편”이라며 “대구의 신혼부부 중 이모 씨(26·여)의 시신도 유족들이 겨우 찾아냈다”고 전했다.

다른 실종자 가족들의 출국도 잇따르고 있다.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 아체 주에서 부인과 함께 연락이 두절된 은희천 씨(61)의 맏형 희원 씨(67·강원 영월군)는 “30일 조카(35·희천 씨 아들)와 함께 30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이날 숨진 것으로 확인된 임정은 씨(20·여)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꽃다운 나이에 숨진 고인의 명복을 비는 친구와 누리꾼(네티즌)들의 글이 이어졌다.

홈피에는 임 씨가 여행 전에 올린 ‘지금은 여행 중. 일주일 있다가 돌아올 테니 그때까지 모두 행복하길’이라는 글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영월=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전지원 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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