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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2월 23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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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대 민간석유회사인 유코스의 핵심 계열사 유간스크네프테가스가 당초 예상대로 결국 정부의 손에 넘어갔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23일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티가 19일 경매에서 유간스크네프테가스를 인수한 바이칼파이낸스 그룹을 매입해 최종 주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유코스 측은 이에 반발해 유간스크네프테가스를 매입한 로스네프티에 대해 미국 및 러시아 법원에 200억 달러 상당의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혀 국제적 법정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크렘린이 유령회사를 내세워 ‘눈속임 경매’까지 벌여가며 유간스크네프테가스를 손에 넣은 것은 향후 에너지산업을 국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군사력 대신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러시아 압박에 대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드러난 국가의 에너지 통제 구상=이에 따라 러시아 최대 가스사인 가스프롬과 국영 석유회사 중 가장 큰 로스네프티 및 유간스크네프테가스를 통합한 초대형 국영 에너지 회사가 탄생하게 됐다.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티는 이미 10월부터 합병작업을 진행 중이며 가스프롬의 지분 일부를 민간에 매각하는 민영화 일정도 전면 중단됐다.
새 국영에너지 회사는 러시아 가스 생산의 60%와 석유 생산의 17% 정도를 담당하게 된다.
유코스가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되는 것을 지켜본 나머지 민간 석유사들은 더욱 크렘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크렘린은 몇몇 민간 석유회사를 추가로 국유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자주화 선언?=러시아 정부가 에너지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외국 자본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1990년대 에너지산업이 민영화되면서 영국국영석유(BP)를 비롯한 서방의 에너지 메이저들이 대거 러시아에 진출했다. 당시 자금동원 능력이 없었던 러시아는 에너지 개발을 위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고유가로 막대한 ‘오일 달러’를 벌어들여 자체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생기자 러시아는 외국 자본 견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유코스가 크렘린의 눈 밖에 난 것도 지분 일부를 해외에 매각하려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국유화 비판에 적극적인 것도 실상은 거대한 러시아 에너지시장에 진출할 길이 막힌 데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방 측은 “에너지 국유화가 계속되면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티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금융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서방 대신 인도와 중국 등의 투자를 받겠다”며 맞서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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