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수은’ 美동부까지 오염…年 540t 내뿜어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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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구이저우(貴州) 성의 한 농촌에서 재배하는 쌀은 신 맛이 난다. 쌀을 씻고 난 뜨물은 구정물 색깔이다. 이곳 벼의 수은 함유량은 상하이(上海)에서 나는 벼보다 40배나 많다. 이곳 물고기의 체내 수은 축적량은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기준을 18배 초과한다.

이곳 부근의 석탄 화력발전소들은 매년 800만 m³의 오염물질을 대기와 하천으로 내뿜는다. 한 유기화학 공장은 수년간 90t의 수은을 하천으로 흘려보냈다.

구이저우 성 환경과학조사위원회가 7년간의 조사 끝에 최근 밝혀낸 사실이다.

▽수은 배출 주범=‘세계의 공장’ 중국이 내뿜는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황이 주변국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중국도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황 배출에 대해서는 최근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공해물질에 포함된 수은 문제는 그동안 별로 지적되지 않았다.

중국 수은 방출의 주범은 석탄을 연료로 쓰는 2000개가 넘는 화력발전소와 공장들. 매년 540t의 수은을 대기로 내뿜는다. 전 세계 수은 배출량의 25%. 더구나 중국은 현재 영국 총 발전량의 2배나 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수은 배출량도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대기 중의 수은은 서서히 땅이나 하천, 바다로 떨어진다. 먹이사슬을 통해 어린이가 섭취하면 기억장애에서 정신지체까지 일으킨다. 임신부가 수은이 농축된 물고기를 먹으면 태아가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구이저우 성의 많은 농민들은 주기적인 발작증세를 겪고 위암에 걸리기도 했다.

▽미국 동부까지 날아간다=중국발 대기오염 물질은 기류를 타고 태평양을 넘어 미국 동부까지 다다른다. 미국 북동부지역인 뉴잉글랜드에서 채집된 화학물질의 국적은 중국으로 밝혀졌다고 대니얼 제이콥 하버드대 교수는 말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7일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오염물질 중 수은, 이산화황, 질소산화물은 폭풍이 불어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미국 땅과 하천에 내려앉는 수은의 30%는 중국에서 건너온다고 말하고 있다. 미 EPA는 호수의 33%, 강의 25%가 수은에 심하게 오염돼 있다며 임신부와 어린이는 해당 지역에서 잡힌 물고기를 먹지 말라고 최근 권고했다.

미국 대기조사연구소의 한스 프리들리 박사는 “2년 전 상하이 상공을 비행할 때 마치 산불이 내뿜은 대기 오염물질 속을 지나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수은이 미국까지 건너간다는 사실로 미루어 한국 일본 등 중국과 가까운 나라에는 더욱 심각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환경계획 클라우스 퇴퍼 행정관은 “국경을 넘는 오염물질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누구나 유해하다고 동의하는 물질을 규제하는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라며 “첫 번째로 수은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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