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이 넘보는 한국 제조업 ‘안방’

  • 입력 2004년 12월 2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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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조업체들이 정부의 규제와 대외(對外) 역차별, 고임금과 노사관계 불안 등에 지쳐 국내 투자를 포기하고 해외 탈출 러시를 이룬다. 그런 가운데 중국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핵심 제조업 분야의 기업 인수합병(M&A)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산업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해진 선진 외국 자본에 이어 후발국인 중국까지 기술이전 효과 등을 겨냥해 우리 제조업의 안방을 파고드는 형국이다.

올해 1∼9월 중국의 대한(對韓) 직접투자액은 6억 달러에 육박한다. 2000∼2003년 4년간의 합계보다도 1억4000만 달러 많은 규모다. 중국 정부가 최근 공개한 해외투자지침은 한국의 자동차, 통신 및 컴퓨터 등 전자, 화학공업 등 3개 분야에 대한 집중공략 전략을 보여 준다. 한국이 경공업뿐 아니라 아직은 앞선 첨단 및 중화학 분야마저 중국에 위협받게 됐다는 얘기다.

어느 나라 자본이건 국내에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를 일으키는 것은 중요하다. ‘자본 국수주의’에 매달려서는 세계화 시대에 대응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내의 여유 자본을 생산적 투자로 끌어들일 정책적 유인(誘因)은 안 보이고, 거꾸로 국내 자본을 잠자게 하거나 해외로 내모는 정치와 정책과 이념과 사회 분위기가 득세하니 문제다. 이에 따라 국민을 먹여 살릴 주력산업조차 외자(外資)의 손바닥에 올려지고, 특히 중국 자본의 유치가 중국에 대한 기술 우위의 상실로 이어질까 봐 걱정이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 탈출은 대규모 공공투자 덕이 아니라,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 우위를 강화하고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속속 U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외자 유치도 필요하지만 국내 자본의 국내 투자를 되살릴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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