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보물 2만점 햇빛…탈레반 피해 16년간 숨겨와

  • 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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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소련과의 전쟁에 이어 탈레반 통치하에서 파괴되거나 도난당한 것으로 여겨졌던 아프가니스탄 국립박물관 소장 보물 2만여점이 20년의 전화(戰禍)를 이겨내고 안전하게 보관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예드 마흐둠 라힌 아프간 문화공보장관은 “카불박물관의 보물들은 소련과의 전쟁 이후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고 17일 발표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박물관 직원들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미국지리학회) 전문가들은 16년간 지하실에 보관돼 온 수십개의 나무상자에 담긴 2만2513점의 유물 리스트를 최근 완성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의 고고학자 프레더릭 히버트는 “5000년 이상 된 아프간의 유물 중 70% 이상이 파괴됐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올여름 현지조사 결과 유물 대부분이 훌륭한 상태로 보존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주요 유물은 2세기 쿠샨왕조 때의 정교한 상아조각, 바미안석굴의 벽화, 알렉산더대왕 시절의 금화 은화들이다.

이들 보물은 소련 통치가 끝나 가고 무자헤딘(이슬람 무장세력)의 공세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던 1988년 안전지대로 피란길에 올랐으며, 이 작업을 당시 하급직원인 오마라 칸 마수디(현 박물관장) 등이 맡았다는 것.

직원들은 보물을 화장지나 신문지에 싼 뒤 나무상자에 넣어 카불 교외 및 정부청사 지하실 등으로 옮겨놓았으며 문화재 약탈 등 소문이 무성할 때도 비밀을 철저히 지켜 왔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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