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임 법무에 남미계 곤살레스 내정

  • 입력 2004년 11월 11일 19시 04분


미국 최초로 히스패닉(중남미계) 출신의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이 탄생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0일 전날 사임한 존 애슈크로프트 장관의 후임에 알베르토 곤살레스 백악관 법률고문(49)을 내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그는 침실이 2개인 집에서 부모와 형제 7명 등 10명이 지냈고, 멕시코 출신 이민자로 농장 노동자인 그의 아버지 파블로와 어머니 마리아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자녀를 교육시켜 책임감과 인격을 갖추도록 했다”며 이례적으로 곤살레스 내정자의 성장 과정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신속한 후임인선을 두고 “부시 대통령이 10주 앞으로 다가온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곤살레스 내정자가 업무에 착수하기를 바란다”고 평가했다.

그가 법무장관에 임명되면서 대통령과 그의 각별한 인연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법무장관직은 지난 10년간 부시 대통령이 그에게 안겨준 다섯 번째 공직. 텍사스주 라이스대를 거쳐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텍사스의 대형 법률회사에서 파트너로 일하던 1995년 텍사스 주지사이던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비서실장 자리를 제의받았다. 이어 주 국무장관, 주 대법원 판사, 백악관 법률고문을 잇달아 지냈다. 때문에 공공연히 부시 대통령의 ‘심복’으로 꼽혔던 그는 백악관 내에선 ‘곤살레스 판사’로 불렸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비밀주의’ 경향에 대한 법률적 토대를 제공해 왔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의회와의 관계에서도 늘 ‘대통령 권력 우위’ 입장을 지지해 왔다.

그를 법무장관에 내정한 것은 히스패닉의 정치적 중요성을 감안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국 내 히스패닉은 2002년 3800만명으로 흑인(3600만명)을 누르고 미국 내 최대 소수 인종이 된 상태. 이번 선거에서는 히스패닉의 44%가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는 2000년보다 지지율이 9% 오른 것. 부시 대통령은 “불법이민자를 양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히스패닉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곤살레스 내정자의 보수적 시각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미 민권단체들은 이날 2002년 공개됐던 ‘곤살레스 메모’를 다시 거론했다. 이 메모에는 ‘테러와의 전쟁을 맞아 전쟁포로의 심문에 제한을 가하는 제네바협약은 의미를 잃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권단체는 이를 이라크 내 미군이 저지른 아부그라이브 포로 학대 사건을 합리화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곤살레스 고문은 최고 수준의 윤리, 예리한 지성, 건전한 판단력을 갖췄다”고 치켜세웠다.

미 언론은 최측근을 법무장관에 기용한 것을 두고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친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과 같은 심리”라고 묘사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10일 사임한 돈 에번스 상무장관 후임으로 선거운동본부의 재정위원장을 맡았던 머서 레이놀즈가 1순위에 올랐다며 집권 2기를 맞아 부시 대통령이 경제팀을 대폭 개편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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