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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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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지난달 27일 개각을 단행한 뒤 새 내각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01년 4월 구조조정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이래 ‘개혁’은 고이즈미 내각을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그는 집권 후반기의 중점 과제로 우정민영화와 지방재정 개혁을 꼽았다. 집권 초부터 씨름해 온 금융 및 연금개혁과 도로공단 민영화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자신감에서다.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 과제는 ‘돈’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정 민영화는 전체 금융권 예금액의 4분의 1인 230조엔(약 2300조원)의 우편예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금융, 연금, 지방재정의 개혁도 따지고 보면 돈을 매개로 민생 경제와 직결된다.
개혁 저항세력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우체국 조직망을 선거운동 기반으로 삼아 온 집권 자민당 내 보수 세력의 저항은 물론이고 이번 개각에서 소외된 당내 실력자들은 “충성도만을 잣대로 삼은 인사 전횡”이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국민의 지지 속에 뚝심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내각 지지율은 늘 40%를 웃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집권자가 개혁을 국정의 화두로 정한 점은 똑같다. 반대 세력이 “개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혐의가 짙다”며 의도의 순수성을 문제 삼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중대한 차이가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개혁이 역사바로세우기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거대 담론’에 치우친 반면 고이즈미 총리는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생활경제를 주제로 택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본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고이즈미 내각의 개혁은 뭘 하려는 건지 이해하기 쉬운데 노 대통령의 개혁은 구름 위에 떠 있는 느낌”이라고 진단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잦은 돌출행동에도 불구하고 역대 총리 중 다섯 번째로 장수하는 총리가 됐다. 연이은 집권을 꿈꾸는 한국의 여당은 고이즈미 내각의 성공을 보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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