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스타배우들, 체호프 100주기 기념 ‘갈매기’ 노개런티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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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안톤 체호프 서거 10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서울 정동극장에서 10월 1일부터 막을 올리는 연극 ‘갈매기’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연출가 전훈씨(앞줄 가운데). -박주일기자
극작가 안톤 체호프 서거 10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서울 정동극장에서 10월 1일부터 막을 올리는 연극 ‘갈매기’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연출가 전훈씨(앞줄 가운데). -박주일기자
《올해는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의 100주기가 되는 해. “체호프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는 연출가 전훈씨(39)는 올 초 체호프를 추모해 그의 4대 장막극으로 꼽히는 ‘벚꽃동산’ ‘바냐 아저씨’ ‘갈매기’ ‘세 자매’를 모두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한 연출가가 1년 안에 체호프의 4대 장막을 모두 무대에 올리는 것은 한국 연극계에서 전례 없는 일. 이 소식을 들은 배우들이 하나둘씩 ‘노 개런티’로 동참했다.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체호프니까.” 이들은 다음달 1일부터 서울 정동극장에서 체호프의 ‘갈매기’를 한 달간 공연한다. 이 때문에 배우들은 추석 연휴 내내 연습실에서 땀을 흘렸지만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 체호프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1년 로카르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김호정,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출연 중인 조민기, 영화와 TV로 친숙한 송옥숙, 영화 ‘신부수업’의 김인권, 중견 연극배우 우상전 이호성 김선화 윤복인 황원상, 영화 ‘슈렉’에서 주인공 ‘슈렉’ 역 더빙으로 얼굴보다 목소리가 더 널리 알려진 성우 장광…. 모두 ‘갈매기’에 출연하는 쟁쟁한 배우들이다.

이 중 김호정 조민기씨는 4월 4대 장막전의 첫 작품인 ‘벚꽃동산’ 때 가장 먼저 ‘노 개런티 출연’을 선언해 연출가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후 배우들이 계속 모여들어 ‘바냐 아저씨’(7월)에 이어 4대 장막전 세 번째 작품인 ‘갈매기’는 그 어느 작품보다 호화 캐스팅이 됐다. 이호성씨는 영화 출연을 포기하고 ‘갈매기’를 선택했고, 송옥숙씨는 연기생활 20여년 만에 처음 연극 무대에 선다.

김호정씨는 “순수한 마음으로 작품을 하다 보니 연습 분위기가 더 치열하다”며 “마치 처음 연극을 시작하던 대학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4대 장막전의 마지막 작품인 ‘세 자매’는 12월에 공연할 예정이다.

● 체호프선 모두가 주인공

“주연과 조연이 뚜렷한 셰익스피어와 달리 체호프 작품에선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졸업 작품으로 체호프를 많이 선택한다. 다들 주인공 맡았다고 생각하니까.(웃음)” (전훈)

“체호프는 늪 같은 작가다. 인물 해석을 하다 보면 미궁에 빠진 느낌도 받는다. 하지만 마치 나무의 나이테가 불어나듯 어느새 많은 걸 배운다.”(조민기)

“체호프 작품은 교과서다. 배우들의 연기가 확 는다. TV에서 가벼운 연기를 오래했는데 이번에 재충전하고 싶다.”(송옥숙)

● 체호프 쉽고 재미있게…

“체호프 때문에” 뭉쳤지만 한 가지 수식어가 더 붙는다. “전훈의 체호프이기 때문에.”

‘러시아 유학파 연출가 1세대’로 꼽히는 전씨는 러시아 국립 셰프킨 연극대에서 유학할 때 석사학위 졸업 작품으로 체호프를 택했다. 많은 배우들은 ‘체호프를 가장 잘 이해하는 연출가’로 그를 꼽는다.

이 때문에 우상전씨는 국립극단 소속 배우이면서도 ‘전훈의 체호프’를 하고 싶어 일부러 찾아왔다. 6년 전 전씨가 연출한 ‘갈매기’를 본 뒤 “당신이라면 무조건 작품을 같이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조민기씨는 “체호프의 작품은 자칫 지루하고 어려워질 수 있는데 전씨는 이를 쉽고 재미있게 연출해 낸다”고 말했다.

화∼금 오후 8시, 토일 오후 7시. 2만∼5만원. 02-741-3937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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