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작가 프랑수아즈 사강 심장-폐질환 투병끝 숨져

  • 입력 2004년 9월 25일 17시 34분


소설 ‘슬픔이여 안녕’으로 유명한 프랑스 여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사진)이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옹플레르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69세.

고인의 친구들은 사강이 심장과 폐 질환으로 수년간 투병하다 최근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던 중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사강은 1935년 프랑스 카자르크의 부유한 실업가 집안에서 태어나 소르본대를 중퇴했다. 19세 때인 1954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으며 그해 이 작품으로 프랑스 문학비평가상을 받았다.

‘슬픔이여 안녕’은 어머니를 여읜 17세 소녀가 젊고 매력적인 아버지의 재혼에 반대하며 겪는 미묘한 감정을 간결한 문체로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22개 언어로 번역돼 200만권이 넘게 팔렸다.

사강은 이후 소설 ‘어떤 미소’ ‘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 ‘뜨거운 연애’ 등을 썼고, ‘스웨덴의 성’ ‘바이올린은 때때로’ ‘발란틴의 연보랏빛 옷’ 등의 희곡을 발표했다.

국내에도 소설 ‘슬픔이여 안녕’ ‘지나가는 슬픔’, 테마 에세이집 ‘환희와 고뇌의 순간’ 등이 번역돼 많은 팬들을 확보했다.

사강은 자유분방한 생활과 스피드와 담배를 즐겼다. 1995년 2월에는 코카인 복용 혐의로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사강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으며, 이 말은 지금도 자유주의를 대변하는 명언으로 여겨지고 있다.

2002년에는 자신의 열렬한 독자인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에게 사업가를 소개해 준 뒤 받은 61만 유로를 포함해 모두 83만 유로(약 9억5000만원)에 대한 소득세를 탈세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천재 작가에서 탈세범으로 전락한 사강은 탈세 재판이 시작된 후 전 재산을 압류당하고 빈털터리로 노년을 보냈다. 유족으로는 재혼한 남편과 그 사이에 낳은 아들 1명이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사강 별세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고인은 여성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프랑스는 가장 훌륭하고 감수성 강한 작가 중 한 사람을 잃었다”고 조의를 표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